카페 루버월
“해리포터가 없어도 살아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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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공간의 크기와 모양, 위치가 바뀌는 건 해리포터 세계관에서나 가능한 고급 마법 기술 중 하나일 뿐, 현실에서 공간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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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경계를 조금 더 확장시켜 공간 중에서 위치라도 바뀌는 게 있다고 한다면,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이 전부일 것이다. 공간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이동하면서 바뀌는 풍경이 공간을 동적으로 만들어줘서 그나마 공간을 덜 지루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공간도 이동을 위한 수단일 뿐,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속은 정적이다 못해 지루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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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공간도 다를 게 없다. 어쩌면 자동차보다 더 재미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하는 건물은 자동차처럼 풍경이 바뀔 리 없고, 내부 인테리어와 건물의 기능은 리모델링 직전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그래서 고요하고 괴괴한 공간은 잘못하면 지루하고 심하면 공간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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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처럼 움직이지 않아 풍경이 바뀌지 않고 한번 지어지면 쉽게 바꿀 수도 없는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이 없을까. 오늘 소개할 ‘카페 루버월’이 한가지 답을 내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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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버(louver)는 수직이나 수평 혹은 이곳처럼 대각선 방향으로 얇고 긴 판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한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0.볼 수 있는 블라인드가 대표적이며 외부 빛을 차단하는 데 사용한다. 건축에서도 루버는 빛을 차단하기 위해 사용한다. 다만, 시야는 확보하면서 말이다. 건축용 루버는 환기구처럼 작은 부분에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블라인드처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크기도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설치해야 한다. 그래서 루버는 각도와 간격이 중요하고 그게 곧 공간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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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와 간격, 루버 자체가 가진 길이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빛에 투영되어 생겨난 루버의 그림자는 하나의 패턴으로 공간에 그려진다. 그리고 이것은 날마다, 시간마다 달라져 공간은 매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태양이 움직이면 공간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에 ‘카페 루버월’ 자체가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고 비정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공간의 역동성은 배가 된다. 그래서 이곳은 결코 지루하지 않고 고요하지도 않으며 도리어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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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수렴하는 2, 3층 공간과 내부를 잠식할 것 같이 밀고 들어오는 입구는 공간의 탄생과정을 궁금하게 하며 우리의 머릿속을 재미난 질문으로 가득 채운다. 콘크리트 표면에 새겨진 거푸집 자국이 리듬을 만들어내고 매일 변하는 루버의 그림자가 그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에, 이곳은 해리포터의 마법이 없음에도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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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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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안개초길 18-4 1층
매일 09:00 -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