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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소통의 길, 흐려진 동선”

서울대학교 미술관

by hyogeun

“막힌 소통의 길, 흐려진 동선” - 서울대학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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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설계 단계에서 치밀하게 용도와 동선을 계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는 건축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증축이나 실의 용도를 변경하게 되고 건축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건물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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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정문을 지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들어가다 보면, 특이한 형태의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직사각형에 저층부가 사선으로 예리하게 도려내어진 건물, ’서울대학교 미술관‘이다.


‘캔틸레버 (Cantilever)’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쪽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의 보를 일컫는 건축 용어다. 캔틸러버 구조는 공중에 떠 있는 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 길이가 길어지면 묘한 긴장감을 준다. 미술관은 콘크리트 박스 코어가 중심부를 잡고 유리 덩어리의 테두리는 구조물 없이 보가 뻗어 나온다. 족히 10m가 넘는 길이로 앞뒤 길게 뻗은 구조물은 그 아랫부분이 그림자 져 부유하는 모습을 보이고, 예리하게 잘려 나간 형태에 경쾌함까지 보여준다.


양 끝 기둥이 있는 일반적 구조와 달리, 캔틸레버는 불안정한 구조다. 그래서 상층부의 유리 덩어리는 하나로 단단히 묶여야 하는데, 이를 트러스 구조가 반복되어 건물을 잡아준다. 유리를 사용해 반복되는 구조를 노출하여 건물의 입면은 동적이어서 3차원의 형태와 2차원의 패턴이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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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건물에 이렇게나 긴 캔틸레버 구조와 트러스 구조가 건물 전체를 아우르는 데는 핵심 아이디어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 출입구 양옆의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카페와 건물을 가로지르는 길이 있고, 길은 정문과 반대편 교내 건물로 이어진다. 땅에 맞게 건물을 도려내고 길을 추가하여 단절된 두 구역을 이어주는 게 이곳, 미술관의 컨셉이었다. 하지만 추후에 변경된 요소가 그 컨셉을 흐리기 시작했다.


카페가 있는 자리는 원래 제2 출입구였다. 건축가는 부유하듯 떠 있는 오브제에 홀린 이들이 자연스레 내부에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고 로비로 나가는 동선을 계획했다. 정문 바로 옆,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사람들이 출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지상 3층까지 이어지는 아트리움을 보게 되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 최상층부 갤러리에 도달한다. 작품을 보고 강연장을 지나 지상 1층 로비로 도달하여 밖으로 나가면, 캔틸레버가 서서히 상승하면서 시야가 트이고 서울대학교의 전경이 펼쳐진다. 기존의 관람 동선은 자연스럽고 유기적이며, 경험의 마침표는 마지막답게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현재 출입구가 막혀 지하 1, 2층의 동선이 단절되어 공간 경험은 방해되고 초기 컨셉은 흐려졌으며, 형태만 특이한 미술관이 되어버렸다. 혈관 막힌 건물인 셈이다.


서울대 미술관은 시선을 사로잡다 못해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다. 정문 ’샤‘ 조형물이 랜드마크가 되었듯, 정문과 가까운 건물은 대학교의 얼굴이 되기 쉽다. 대학교 첫인상을 좌우할 건물의 모습이 고전적이지 않고 현대적이며 때론 미래적인 모습으로 고리타분한 대학교의 이미지를 상쇄한다. 그래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건 공간이 운영되면서 바뀐 실의 용도다. 더욱 치밀한 설계로 건축가가 카페 공간을 따로 마련해주었다면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카페의 위치를 옮기든, 없애든, 하루빨리 원상태로 복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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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렘콜하스 ( @rem.koolhaa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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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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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151동 서울대학교미술관

화 - 일 :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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