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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가능성“

테이프 서울 + 튜브 서울

by hyogeun

“재료의 가능성” - 테이프 서울 + 튜브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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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2023.02.26까지 연장되었다네요.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어요. 얼른 서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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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던 공간에 정신 차려보니 기괴한 것이 공중에 떠 있다. 껌이 여기저기 눌어붙어 사방팔방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초대형 거미가 거미줄을 쳐서 만들어낸 거미 집 같기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들이 이리저리 내부를 돌아다니며 탐험하고 있다. 무언가를 찾는 듯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고개를 내밀어 방향을 확인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길을 잘못 들어 미끄러져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안이 궁금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저건 초대형 거미가 설치해 놓은 함정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내부로 들어가 출구를 찾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안으로 향했고, 그때부터 공간 탐험은 시작되었다.


거미줄로 이리저리 여러 번 휘감아 만들어낸 벽과 천장, 바닥은 일체화되어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면이 모든 공간을 아우르기에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건 변화하는 높이뿐, 그 어떠한 요소도 없다. 투명한 면이 겹쳐 불투명해진 면은 빛만 투과할 뿐, 시야는 차단하여 호기심과 공포감을 부른다. 결국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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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자주 사용되는 재료는 크기가 작아서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규모가 큰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런 고정관념을 깬다.


포장할 때 사용하는 투명 박스 테이프로 튜브형 공간을 만들어낸 시도는 우리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한다. 성인 4명이 이리저리 움직여도 끄떡없는 수준의 인장력, 내부에서 시야를 차단하면서도 빛을 들이는 특성은 와이어와 한지의 특성과 비슷하다. 이번 전시가 소재의 가능성까지 보여준 것이다.


환경문제를 피해 갈 수 없는 건축계에서 환경오염 재료의 막대한 사용은 지양해야 하지만, 훗날 친환경 소재의 테이프, 혹은 비슷한 특성을 지닌 소재가 탄생한다면, 건축에 유의미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기존에 없는 공간을 탄생시키거나, 사용 방법이 간단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특징을 이용해 임시 대피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재료로 바람은 막고 빛은 들이며 벽을 만들고 구조로서도 해결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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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설명하기에 앞서, 판타지 소설에 나올법한 초대형 거미와 거미집에 작품을 비유해봤다. 그만큼 신선하고 재미있는 전시였으니, 여러분도 얼른 체험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2월 26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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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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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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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선릉로 807 K현대미술관 1, 2층

금, 토, 일 10: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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