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올 미술관
“‘와…’에 담긴 감탄과 한탄” - 솔올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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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흰 도화지가 되어버리는 강원도 강릉이다. 위세 넘치는 태백산맥도 순리에 굴한다. 그럼에도 세찬 바람이 부는 강릉의 해안가, 절벽,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심지에서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가 돋보인다. 소나무에 지조와 절개의 의미가 붙은 건 당연해 보인다. 그 매력에 깊이 빠진 이방인은 자연스레 ’솔올 미술관‘을 기대하게 된다. ’솔올‘은 소나무가 많아 붙여진 지명으로 강릉역 서쪽 교동 마을에 있다. 솔올의 솔밭에 건축된 건물은 땅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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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솔밭을 향해 뻗어가는 북남 축과 피래산과 칠성산을 조망하기 위해 산과 수평으로 뻗은 동서 축이다. 두 축은 수평 수직 동선을 명확히 규정한다. 주차장에서 건물로 진입하는 동선이 가상의 선을 만들며 북남 축과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건물은 십자가의 형태를 띤다. 축 주위로 전시장과 관련한 지원시설이 덧붙여졌다.
전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의 벽 대부분은 유리로 마감되었다. 덕분에 내부에서는 외부와의 경계가 모호하고 빛을 여과 없이 들인다. 동서축과 평행한 로비의 벽은 전부 유리로 마감되어 진입 동선에서 솔밭으로 향하는 시선을 막힘없이 이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제1 전시장을 거쳐 야외 산책로인 경사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다각도로 솔밭을 조망하게 되는 경사로를 오르면서 ’와…‘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백색은 자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다. 가장 아름다운 색이며, 빛에 의해 변화되어 빛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주변 사물의 그림자를 투영하고 부각하여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전시장의 복도는 넓고 한쪽 벽은 유리, 맞은편 벽은 흰 벽이다. 빛을 깊이 들여 자연의 시간을 그대로 담는다. 겨울의 미술관은 차가워 보일 수 있겠지만, 소나무를 돋보이게 하고 벽면에는 나무와 관객의 그림자를 투영하면서 생기를 머금는다. 봄, 여름, 가을의 미술관은 흰 도화지가 되어 이 땅을 한 폭의 수채화로 담아낼 것이 틀림없다. 제2 전시장을 보고 나오면 저 멀리 산의 유려한 선이 우리를 이끈다. 그곳엔 테라스가 있다. 테라스는 로비로도 침입한다. 이처럼 미술관 동선에 공간이 침입하고 충돌하여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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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속해서 거슬리는 게 하나 있다. 건물의 마감이다. 개관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여기저기 벗겨진 페인트, 깨진 유리창, 검은 물 자국이다. 이것들은 보완하면 될 테지만, 창문과 맞춘 벽의 줄눈이 올곧지 않고 알루미늄 패널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건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의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건축에서 모형을 깔끔하게 만드는 건, 건축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정갈하지 않은 면과 갈라진 선은 모형의 인상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이 사진에서 표현되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때문에 문제가 된다. 선 검색 후 방문인 과정에서 정갈하고 깔끔해 보이는 듯한 사진을 보고 찾은 이들의 입에서 ‘와…’라는 한탄이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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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마이어 파트너스 ( @meierpartnersarchitects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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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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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원대로 45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