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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geun Feb 20. 2024

“내 몸은 내가 지켜”

초당성당

“내 몸은 내가 지켜” - 초당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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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강릉이다. 명물인 초당순두부를 먹으러 왁자지껄한 식당 촌에 가보아도 소나무 숲이 있고, 해안가를 따라서도 소나무가 줄지어 심겨 있다. 소나무가 많은 고을인 ’솔올‘이라는 지명이 있을 정도다.


초당동의 지역명을 딴 ’초당성당‘이 자리한 이곳도 솔밭이었다. 그러나 개발로 인해 현재는 성당 내 보호수로 남겨진 소나무가 그늘에 쉼터를 만들며 땅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초당동과 포남동을 잇는 연남로는 개발할 때 그어진 선이다. 성당 부지를 분할하고 부지 일부가 빼앗기면서 표고차가 7m인 이형의 땅만 남게 되었다. 성당은 그래서 켜를 만든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사장에서 구한 깨진 타일을 붙인 외벽이 다급함을 보여준다.


대로변을 따라 담장을 치고 표고차를 잇는 경사로를 그리며 켜를 추가한다. 원뿔형의 건물도 두 겹이다. 본당을 감싸는 내벽과 내벽을 감싼 외벽이다. 벽 사이는 ‘십자가의 길‘인 회랑을 만들며 자연스레 외부 소음을 차단한다. 속도를 가진 도시의 길과 달리 이곳은 조용해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침묵하여 성찰하는 공간이다.


두 벽은 서로를 향해 기울어져 틈을 만들고 빛을 들여 공간에 농담을 더한다. 길을 오르면서 짙어지는 공간 끝에는 삼각형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있다. 창으로 스며든 빛이 바닥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공간을 심리적으로 구분 지으며 본당으로 들어가기 전, 마음의 준비를 일러주는 경고문이자 본당으로 안내하는 화살표다.


갑옷처럼 꽁꽁 싸맨 켜를 지나 본당으로 들어간다. 십자가의 길에서 스며든 빛처럼 천장과 벽 사이의 틈으로 스미는 빛이 재단을 환히 밝힌다. 자신을 보호하며 응축된 강인함은 우리를 경건하게 한다. 그 힘은 강력해서 지친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어준다. 역시 내면의 깊은 곳을 자극하는 종교 건축이다.


천장 중심은 볼록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심이 아닌 원의 테두리로 향한다. 재단에 집중하고 본당과 건물 입구 연장선에 있는 소나무에 집중한다. 이후에는 도시와 이어지는 대문에 집중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바쁜 현대 사회로 나가는 길이 긴장된다. 그렇지만 괜찮다. 두려움에 마음이 지치기 전,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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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 김영섭건축문화건축사사무소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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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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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연당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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