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한국 현대 화가인 김창열은 극사실적인 물방울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검은 바탕에 한 방울 똑 떨어지는 물방울부터 천자문 위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일련의 그림들이 그렇다. 이것들은 정적이지만, 금방이라도 스며들고 날아가 매끄럽고 풍만한 형체가 사라질 것만 같다.
찰나의 순간을 보존하고 온전히 느끼기 위해 김창열 미술관은 물방울의 특성에 주목한다. 한번 꺾어 들어가는 진입로를 따라 걸어가면 검은 건물이 드러난다. 그 색은 물방울의 맑음과 대비된다. 검은 송판 무늬 거푸집으로 짜맞춘 벽의 질감은 거칠어 매끈한 그것과 대척점에 서 있다.
거칠고 어두운 벽은 전시장과 로비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감싼다. 전시장의 천창을 통해서, 중정을 통해서, 복도 사이사이 점처럼 파인 미세한 구멍과 복도 끝 창문, 사각뿔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복도에 농담을 만들어 관객을 떠돌아다니게 하고 끝내 마주한 물방울에 시선이 고정된다.
크고 작은 물방울을 그리는 작업은 수련에 가깝다. 조금씩 달라지는 상을 비추고 광원을 그려내며 왜곡된 배경을 투과해야 한다. 작가는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표면을 다듬으며 마음을 가다듬었을 테다. 평화를 되찾은 그가 담은 온전한 물방울이 끝내 우리의 근심 걱정을 용해한다. 어떠한 색으로 물들어 증발할지 모르기에 모두가 카메라를 들어 순수한 그 순간을 포착하려 애쓴다.
미술관을 한 바퀴 돌고 중정인 빛의 정원으로 나선다. 바닥은 물로 덮여 있고 세 개의 물방울 조각이 거석 위에 얹혀 있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며 바라본 조각은 빛을 반사하여 반짝이거나 하늘을 담아 푸르게 물든다. 수공간은 하늘을 비추다가 그 아래 검은 자갈을 드러내어 우리를 투영하기도 한다. 때로는 제주의 거센 바람에 표면은 일그러져 어떠한 형체도 담지 못할 것이다. 건물의 유일한 여백인 정원에서 다양한 시선을 느끼며 여유를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