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발견한 숨은 봄

오월학교

by hyogeun

봄과 여름을 오가는 5월이었다. 포근하고 달큰한 날씨가 금세 사라질 것 같아 부랴부랴 춘천으로 떠났다. 봄 춘(春)에 내 천(川)을 쓰는 춘천이라면, 봄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둘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와 다르게 오월의 끝자락 춘천은 여름이었지만, 그곳의 ‘오월학교’만큼은 봄의 절정이었다.


봄방학을 지나 새로운 얼굴과 마주하는 어색함은 흐려지고 설렘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학교에서는 체육대회나 축제가 열린다. 운동장에 삼삼오오 모여 같은 팀을 응원하고 같은 것을 바라보며 함성을 지른다. 연고가 다른 이들이 오월학교에 모여 맺는 관계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작은 운동장에서 레이싱 카 경주를 하고, 흙 놀이터에서 처음 본 친구와 소꿉놀이 하며, 모닥불 주위로 둘러앉아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그러다 말문이 트여 연고를 물으며 추억을 쌓는다.

이러한 행위가 가능했던 건, 오월학교의 이름이 주는 암묵적 제안도 있지만, 과거 학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암국교 가덕 분교장’이었다. 1969년 개교해 12년간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로 사용되다 인원 미달로 82년에 폐교했다. 이후에 교회와 군인 훈련장으로 쓰이다 지금에 이른다. 옛 시골 학교 답게 4개의 작고 소박한 건물이 전부다. 교실이었던 본관은 카페와 스테이로, 나머지는 식당과 목공소, 소품샵으로 사용된다. 이들 모두 박공지붕 속 목재 트러스 구조를 간직하고 학교의 기존 창문은 운동장과 그 너머의 계곡 소리를 담는다. 듬성듬성 설치된 나무 벽면은 교실의 나무 바닥을 재가공한 것이다. 나무는 기름 대신, 커피와 버터 향을 머금어 밤에도 달콤히 공간을 채운다.

객실은 총 4개다. 가장 넓은 ‘Asone’ 객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산과 면한다. 나무로 둘러싸여 나무 내음으로 가득한 객실 한쪽 면을 가득히 푸른 숲이 채운다. 복층의 침실, 그 아래 평상,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살살 흔들리는 움직임에 집중하며 우리의 눈이 이렇게 예민했는지 놀라기도 한다. 프라이빗 테라스에 나가 더 적극적으로 자연과 관계 맺을 수 있다.

로컬 식자재와 유기농, 무항생제 먹거리를 사용한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목공소에서 나무를 다루고 만지며 무뎌진 감각을 기민하게 다듬는다. 다음날 택시를 기다리다 맡는 소똥 냄새에 시골의 정취를 느끼고 춘천역으로 향하는 길에 푸른 호수를 마주하며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도시에서는 쉽게 느끼거나 마주치기 어려운 순간이 이곳에서는 선명히 다가온다. 날씨로만 정의한 봄이었지만, 오월학교에서의 경험은 감각과 관계를 회복하는 봄의 숨은 의미를 발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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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 지랩 건축사사무소 ( @zlab_creative )

사진, 글 : 신효근 ( @_hyogeun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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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_경험을_주는_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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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서면 납실길 160

카페 : 매일 11:00 - 20:00

스테이 : 매주 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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