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투어

소녀들

by 시쓰는 택시기사

오전이었다. 브랜드콜로 리조트에서 울린 콜을 잡았다.

고객을 모시러 이동했다.

중년의 여성분들이 관광을 오신 것 같다. 차량 두 대가 움직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반갑습니다. 여자 기사님이시네.”


목적지를 여쭤보고 한 음식점에 모셔다 드렸다.

한 분께서

“혹시 저희 밥을 먹고 나면 이따 데리러 올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


“제가 근처에 있으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이동하는 직업이다 보니 멀리 있으면 못 올 수도 있습니다.”


“명함 주세요. 어, 택시투어?”


내 명함엔 영업을 위해 택시투어와 장거리 예약이 적혀 있다.


“혹시 내일 어딜 좀 가고 싶은데 아침 일찍 예약되나요?”

“네 그럼요. 전날 예약하시면 모시러 가겠습니다!”

“저희가 여섯 명이라 두 대가 필요해요”

“네 두 대 같이 가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친한 동료와 함께 손님들을 모시러 갔다.

전날 투어일정을 미리 보내드렸기에

세 명씩 나누어 탑승한 뒤 동료와 일정을 공유하고 출발했다.

룸미러 사이로 어제부터 벙거지를 쓴 한 분이 말없이 미소만 짓고 계신 게 보인다.


나는 조심스럽게 살피다 말했다.

“혹시 화장실 가고 싶으시거나, 지나가다가 예쁜 곳을 보시면 세워 달라고 하셔도 됩니다.

최대한 바닷길로 가드리겠습니다. 돌아올 땐 산 뷰입니다.”


나는 가이드로 변신한다.

운행이 시작되고, 휴식 시간엔 센스 있게 미터기 정지를 해드린다.

손님들의 대화 주제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이었다.

대화 내용을 듣고 있으니 어느새 소녀들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깔깔대는 소리에 나도 미소를 짓는다.


“실례가 안 된다면 손님들은 어디서 오셨나요?”

“서울이요”

“어쩐지 세련됐드라”


다들 빵 터진다.

“이 기사님 어느 지역이든 이렇게 말할 사람이야.”

“하하하, 눈치를 채셨군요. 어떤 여행이신가요?”

“우리 환갑 여행입니다.

”앗, 정말요? 전 언니라고 불러야 하나 했습니다. “

”우리 기사님 밥 사드려야 되겠다!"

“제가 입바른 소리를 곧잘 합니다.

거짓말은 잘못해서 입에 침은 발랐습니다.”


웃음소리와 함께 택시 안은 어느새 시끌벅적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 지역의 명소에 내려드린다.

“미터기는 잠시 정지하겠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편하게 보고 오세요.”


불편하실까 멀찌감치 떨어져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사진 몇 장 찍어드릴까요? 서비스입니다.”

“와! 그럼 단체 사진 몇 장 찍어주세요.”

“네네”


손님들은 신나서 포즈를 취하며 머리단장을 하고 옷을 추스르신다.

“쁘이”와 “만세”를 하며 몇 장의 사진을 찍어준 뒤 주차한 곳으로 돌아와

직장동료와 조용히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본다.


“우리도 손님 덕분에 힐링한다.”

“그렇죠. 이런 날도 있어야죠.”

“기사님 이번엔 번거롭더라도 구석구석 다 보여드리죠.”

“그래, 그러자. 무슨 말인지 알아.”

“날씨가 좋네요. 투어 같이 해줘서 고맙습니다.”

“아니야. 콜 줘서 내가 고맙지.”


우린 그렇게 손님을 기다리며 자연을 만끽했다.

그 순간!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다.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네 잎 클로버가 있을까?”


룸미러 속 모자를 쓰고 계시던 분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열심히 풀 속을 뒤진다.


“찾았다!”


“옆에 직장동료가 허허 웃는다.

모순처럼 미안하다 한마디를 던지며 모가지를 꺾는다.

택시에 있던 수첩을 꺼내 종이 한 장을 찍- 찢어 네 잎 클로버를 종이 안 메모와 함께 접어둔다.

손님들은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다.


”한 분에게 행운을 드릴 건데 선물이 있습니다. “

”뭔데요?

”별건 아니지만, 눈을 부릅뜨고 찾았습니다.

자요! 제 행운을 드리겠습니다. “


벙거지를 쓰신 분께 클로버를 드린다.

”어머나 손글씨도 있어. “

메모를 읽으신다.


”늘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

”이뻐라!

”기사님 너무 고마워요. “

”우연히 발견했어요. “

”너무 고마워요. 이 친구 좀 아팠어요. 항암치료가 끝나고 이제 좀 좋아져서 환갑 핑계 삼아 좋은 공기와 예쁜 거 보러 왔습니다. “

”네, 그러신 거 같았어요. “


택시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들 말도 못 하고, 속으로 걱정이 많았던 거 같았다.

웃고 있어도 내심 마음이 아팠던 게 아닐까 싶다.


”좋은 공기 맡으시고 예쁜 곳 많이 보고 가세요. 어여 회복하셔서 다음에 또 오십시오. 제가 커피 사드릴게요. “

”정말 고마워요. 기사님. “

”아닙니다. 덕분에 저도 학창 시절 친구들과 즐거웠던 게 생각났습니다. 오늘 일 끝나고 친구에게 전화하려고요. “

”자 남은 투어마저 할까요?

“네 고고씽!”


좋아하는 음악을 다 같이 따라 부르며 택시 안은

소녀들이 되어버린 손님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온 듯했다.


불행한 일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행운도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우린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때론 이 단어들에 슬프고 행복하다.

불행과 행복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것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정해진다.

나 역시 불행을 부정하고 못 받아들여 극단적일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항상 힘이 되어주고,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때가 지나면 혼자는 아니었구나 싶었다.


야속하게도 신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고통을 준다고 한다.

어떻게 감히 누군가의 고통을 무게로 저울질할 수 있겠냐마는


조금 더 힘을 내보자.

조금 더 살아가 보자.

왜?

아직은 꽃이 예쁘니까!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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