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2021년
여름철 극성수기였다. 콜이 쏟아졌다.
카카오 티! 카카오 티!
근거리에 있는 콜을 잡았다. 「콜이 수락되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남녀 두 분이 핸드폰을 번쩍 든다.
“고속 터미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여자 손님/ “여자 기사님 택시 처음 타봐요. “
”아. 정말요? 놀러 오셨다가 가시나 봐요~“
여자 손님/ “네-“
”맛난 거 많이 드셨나요? “
남자 손님/ ”네-“
남자 손님/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예쁜 곳도 많이 보고 갑니다. “
그날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살인사건이 있던 날이었다.
우리는 사건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동했다.
여자손님/ ”기사님 택시 운행하시면 밤에 안 무서우세요? “
”사실 그 질문을 하루에 한 번씩은 들어요. 여자기사라 더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뉴스를 보면 남성 기사님이셔도 범죄에 노출되면 막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무섭다고 생각하면 이 일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안타깝게도 여자는 사회적 약자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나 봐요. 많이들 걱정하십니다. 쉬운 직업은 없겠죠. “
여자손님/ ”맞아요 “
남자손님/ “그래도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무슨 요 손님도 일하고 계시잖아요”
여자손님/ “그렇죠.”
“우린 다 대단합니다. 똑같은 맥락입니다.”
대화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해 손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겨울이 왔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다.
폭설로 도로는 난장판이었다. 교통이 마비되어 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발이 묶였다. 나는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스노타이어 두 짝에 의존해 운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택시를 타겠다고 손을 흔들고 있었고,
택시 플랫폼이나 지역 브랜드콜은 글씨를 읽을 수도 없이 쏟아졌다.
30분에 200개의 콜이 떴으니, 도저히 콜도 잡을 수 없었다.
많은 눈에 기사들이 출근할 수 없었고 내 눈에 보이는 택시는 겨우 20대 남짓이었다.
사람들은 도로에서 따블, 따따블을 외쳤다. 티브이에서나 보던 광경이었다. 신기했다.
그야말로 택시대란이었다.
손님들은 빈 차를 보면 로또에 당첨된 듯 기뻐했고,
그날만큼은 모든 손님이 나에게 친절했다.
대우받는 느낌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카카오 티로 한 시간째 똑같은 콜이 울렸다.
손님을 태우고 콜이 뜨는 곳을 마침 지나가니
남자 두 명이 추위에 떨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잡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 수락 후 전화를 걸었다.
”손님, 우선 앞에 분 먼저 모셔다 드리고 갈 건데 늦을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지나가는 빈 차 있으면 타고 가세요. 취소하셔도 돼요. “
”아, 감사합니다. 기다릴게 꼭 와주세요.”
앞 손님을 내려드리고 다시 3km를 돌아가 모시러 갔다. 그들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타세요!”
남자 1/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 2/ “다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남자 1/ 기사님, 기사님. 저저 기억나세요? 여름에 탄 적 있습니다.”
“혹시 대화 내용이ⵈ”
남자 1/ “범죄 이야기랑ⵈ”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남자 1/ “기사님 저 콜 잡힌 거 보고 소름 돋았습니다. 와주셔서 너무 기뻤어요”
“와 신기하네요. 수락하길 잘했어요!”
“여기 원래 이렇게 눈이 많이 오나요?”
“네, 옛날엔 사람 키만큼 왔어요. 안 믿죠? 진짭니다. 예쁘죠?!”
남자 1, 남자 2/ ”네? 하하 -서울까지 걸어가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남자 1/ “기사님 저 근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명함 좀.”
“아 네!”
남자 1/ “계좌번호가 있나요?”
“네 뒷면에 있습니다. 이체하셔도 됩니다. 엇, 자동결제입니다.”
남자 1/ “공차 거리 와주신 게 고마워서 커피값이라도ⵈ”
남자 2/ “이런 날씨엔 드려야 될 거 같아요.”
“아 괜찮습니다.”
남자 1/ “받아 주십시오!”
“음ⵈ잘 먹겠습니다.”
사실 오늘은 매출보다 팁이 많았던 날이었다.
(글로브 박스엔 현금이 한가득이었다. 이미 결제를 하신 분들도 내릴 때 이런 날씨에 운행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천 원, 오천 원, 만원, 오만 원짜리를 내려놓고 도망가셨다.)
남자 1/ “약소하지만 기쁘게 받아주세요!”
“네! 저도 다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남자 1/ “눈길 조심히 가십시오”
“다음에 연이 되면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광객을 우연히 두 번 마주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날 집에 못 갈 정도로 눈이 쌓였고, 나는 밤새 하염없이 오는 눈에 운행이 불가해져 택시를 길 한쪽에 버리고 집에 걸어갔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 꽃이 폈던 것 같다.
5월쯤이었나ⵈ
-To be continuedⵈ6월 19월 목요일에 2편이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