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에너지

고모리 저수지

by 이든

타로카드에서 열세 번째 카드는 ‘죽음’이다. 시작과 끝, 죽음과 탄생의 순환안에서 죽음은 낡은 것을 벗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변화의 시기이다.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가족들과의 사별이 연달아 이어지면서 겁이 많아졌다. 힘력(力)자가 붙는 많은 능력들, 기억력이나 순발력, 시력까지도 떨어져서 위기감마저 든다.

반평생을 살았다. 살면서 잘 한 것 중에 하나가 멘토를 만든 것. 인생 롤모델을 찾고 그 사람처럼 되려고 했다. 나는 멘토를 오랫동안 질투했고 질투를 내 삶의 지도로 삼았다. 그를 부러워하고 그가 가진 것을 나도 가지고 싶어하면서 내 욕망을 발견했다. 욕망의 지도가 있어서 끝없이 도전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다. 꿋꿋하게 한 길 인생을 걸어온 멘토가 멋있는 노년이 되길 바랄 뿐이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트는 물멍이었다. 물을 바라보면서 멍하게 있는 것! 얼마전 파주에 있는 호수에 다녀왔다. 산책로를 걸으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져서 흥미로웠다. 호수 지형이 자음‘ㅈ’자 모양이었는데 햇볕이 내려앉아 따사로운 구간도 있고 쓸쓸한 바람이 불고 낙엽 지는 구간도 있었다. 호텔과 카페와 공연장이 있어서 화려한 곳도 있고 호수만 바라보이는 휴게 구간도 있었다. 호수에 햇빛이 비쳐 수억마리 나비가 날개짓하는 것 같은 풍경도 나타났다. 각각의 풍경은 모퉁이를 돌았을 때 나타나는 것들이어서 나아가지 않고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열 한 살 고아 소녀가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는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을 좋아했다. 앤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마을 학교의 교사로 일하면서 자신을 길러준 아주머니를 돌본다. 대학 진학은 포기했지만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지는 않은 앤이 한 말이 있다.

'산모퉁이를 돌았을 때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모른다'

앤은 교사의 차별적 체벌에 등교 거부로 저항하고 자신을 놀리는 친구를 응징하고 어른들이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따진다. 앤만큼이나 나도 호기심이 많고 모험심이 많았다. 그래서 앤을 좋아했다. 앤의 50~60대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후반부 삶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타로 상담을 공부한 친구가 신생아기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마음먹으라고 했다. 신생아에게는 모든 세상이 열려있고 신생아는 무엇이든 될수 있다. 이것을 신생아 에너지라고 말했다. 신생아 에너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먹고 살 걱정이나 세상 돌아가는 일을 걱정하는 신생아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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