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내러티브 <1> - 청년희망적금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이유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핫한 이슈는 청년희망적금이었습니다. 이 적금 상품의 가입 대상은 만 19~34세로 이들이 태어난 해는 1988년~2003년이죠. 이 중에서도 제일 나이가 많은 1988년생들이 스무살이 돼 '은행 금리'라는 것을 인지했을 때 쯤인 2008년 적금금리는 3%대였어요. 2015년부터는 그때보다 더 내려 지금까지 적금 금리가 1%대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에 저축할 때 10%를 넘는 이자를 받거나, 돈을 빌릴 때 10%가 넘는 이자를 내야하던 과거 세대와는 다르지요. 청년희망적금의 '연 9%금리'는 청년들에겐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인 셈입니다. 청년희망적금의 인기는 이 네러티브에서 시작됐습니다. "9% 금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걸!"
청년희망적금이 20대들 사이에서 난리라길래 정말인가 싶어서 막내동생에게 전화를 해봤어요. 동생은 직업군인인데 강원도 철원 GP에서 근무합니다. 세속의 정보를 얻는 시간은 근무 후 휴대폰으로 잠깐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게 전부인 친구에요. "너, 혹시 청년희망적금이라고 알아?" "나 그거 들건데. 우리 방에 있는 애들 전부다 가입할거라고 했어." "한달에 얼마씩 넣을건데?" "50만원! (이자를) 9%나 준다는데 몰빵해야지!" 2년 전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사무를 보는 비정규직 사무원도, 취업한지 2년차에 접어든 어느 회사 대표의 비서까지. 물어보기 전부터 벌써 다들 청년희망적금 내용을 훤히 꾀고 있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열흘만에 290만명이 가입했습니다. 가입자격조건인 만 19~34세 청년 인구가 104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3.6명당 1명이 이 적금에 든 셈입니다. 센세이션이라고 부를만한 성적이지요. 참고로 처음 청년희망적금의 계획은 예산 456억원을 들여 가입자 38만명을 모집하는 것이었어요. 첫날부터 가입이 폭주해서 청와대까지 가입 인원과 예산을 무제한으로 풀라고 나서면서 역대급 실적이 나왔습니다.
이 상품을 만든 금융위원 공무원들도 놀랐습니다. "청년들이 코인이나 주식만 관심을 가질줄 알았지, 이런 적금에 반응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어요. 사실 2030세대가 코인과 주식의 주역이라는 것도 따져보면 모든 청년들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난해 5대 증권사의 신규 계좌 723만개 중 54%가 2030세대의 것이었다는 데 비춰보면, 이들은 작년에 총 399만개 증권계좌를 튼 것이지요. 여기엔 동일인 중복이 있을수 있지만, 청년희망적금은 1인 1계좌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자가 그닥 처지는 성적은 아닐 겁니다. 2030세대 사이에 청년들 사이엔 '공격적 투자 성향(399만 증권계좌)'와 '보수적 저축 성향(290만 청년희망적금)'이 공존한다는 것을 짐작할수 있는 대목이지요. 코인과 주식 가격 하락기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청년희망적금이라는 공급이 등장하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물론 청년희망적금에도 구멍은 있습니다. 가입조건으로 연봉만 볼 뿐(총 3600만원 이하만 가능), 재산 규모는 따지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자기 명의로 된 집이 있는 젊은이라도 연봉을 작게 주는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다면 가입할 수 있는데, 서울에 집은 커녕 자동차도 한 대 없는 청년이 급여가 많은 대기업에 근무하면 청년희망적금은 그림의 떡입니다.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은 안되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청년은 조건만 맞으면 가입할 수 점도 논란거리 였었죠. 현상만 보면 불공정 이슈가 충분히 나올법한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청년희망적금은 청년을 위한 예산이 투입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금융위가 은행과 만든 금융상품란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만든 복지정책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1>일하고 있는 청년들이 <2>지원금을 계기로 <3>목돈을 만들 기회를 주는 금융상품'이라는게 청년희망적금의 정체입니다.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부터 최대한 형평성을 맞춰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복지라면, 금융상품은 개인별 소득을 우선순위로 삼아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본인의 재산 규모는 자격 요건에서 뺐다는 게 금융위 설명입니다. 버는 돈이 없다면 부모님한테 손 벌리지 않은 이상 적금을 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물론 시중은행 적금은 수입이 전무해도 들 수 있지만 청년희망적금은 세금을 최대 36만원씩이나 얹혀주는 만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또다른 문제가 터졌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년희망적금이 청년들의 자산 형성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수 있느냐 일겁니다. 청년희망적금의 구조는 이렇게 짜여있어요. 은행이 가입자에게 연 5% 금리를 주고, 2년 만기를 채우면 정부 예산으로 1년차 납입액의 2%, 2년차는 4%만큼 저축장려금이란 걸 줍니다. 여기다 이자소득세와 농어촌 특별세가 면제되면 연 9%대 금리를 받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거죠. 매월 50만원씩 2년간 적금을 부은 청년은 이자 62만5000원, 저축장려금 36만원을 합쳐 총 98만5000원을 이자로 받게 됩니다. 만기가 지나면 총 1298만5000원을 손에 쥐게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회초년생이 직장에 취업할 당시 임금이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73.3%(통계청 202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15~29세 기준)라는 걸 보면 작지 않은 금액이지요. 국회 예산정책처는 "2년 후 36만원(저축장려금)을 지급받는 청년희망적금이 자산형성 사업으로 기능을 할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냉소한 적이 있지만, 36만원이 청년들에게 목돈을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트리거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입니다. 취업을 해도 집 한채 마련하기 힘들고, 투자로 돈 벌기엔 모든 게 불확실한 시기. 청년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될 만한 금융 정책이 꾸준히 나와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