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관 뚜껑을 열고 다 들어가라고 할 순 없잖아요"

머니내러티브 <2> 코로나19와 소상공인 대출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by 된장라떼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2년이 넘도록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본 뉴스 중 하나는 이런 걸 겁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지원금 규모는~ 블라블라~". 수천억원부터 수십조까지 액수도 너무 커서 보통 사람들에겐 와닿지도 않는 숫자에요. 그래도 소상공인에게 퍼주기가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건 이런 내러티브 덕분이겠죠. "코로나가 끝날 때까진 버텨봐야죠. 지금 관 뚜껑을 열고 다 들어가라고 할순 없잖아요."



퍼주기 예를 하나만 들어볼까요. 20대 대통령이 될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는 소상공인에게 <1>초저금리로 <2>특례보증 대출을 <3>50조원까지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시장 금리보다 훨씬 싸게, 대출 보증은 정부가 서줄테니, 50조원을 빌려가라는 겁니다. 50조원이라니. 도대체 어느 정도 큰 액수일까요. KB경제금융연구원이 작년에 발표한 '2021년 자영업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소상공인은 전국에 921만 9000명이 있습니다. 단순하게 나누기 해보면 소상공인 1인당 540만원 정도 빌릴 수 있는 규모지요.


하나만 더 예를 들어보죠.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부터 시작된 소상공인 대출금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는 지금까지 총 4번이나 연장됐습니다. 현재 남은 규모만 해도 134조원에 이르는데요. 저 지원제도가 끝나는 시점에 소상공인이 결국 빚을 다 갚을수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지금도 번 돈으로 원금과 이자도 못 갚아서 유예해 달라고 하는 형편인데 말입니다.


이것 말고도 중기벤처부가,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보증기금 같은 국책보증기관이 앞장서서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지요. 소상공인 대출이 총 얼마나 투입 됐는지는 궁금해서 각 부처 관계자들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코로나 19로 소상공인에게 얼마나 자금이 투입됐는지는 주관 부처도, 대출 대상도, 기준도, 시기도 다 달라 그걸 알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출처:픽사베이


네, 백번 양보해 얼마나 들어갔는지 몰라도 좋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만 되지 않는다면요. 언젠가 코로나 사태가 끝이 날 때 대출로 버텼던 소상공인들이 일어선다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 자영업자 폐업률을 보면 희망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2019년 12.7%)보다 이후(2020년 11.8%)에 더 낮아졌습니다.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다면 문을 닫아야 했던 가게들까지 대출과 지원금으로 연명했다는 걸 알수 있는 부분이지요.


여기서 잠깐, 코로나 사태라는 변수는 떼어내고 자영업자 대출이 얼마나 이들의 자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까요.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에서 이런 예를 든 적 이있습니다. 마이크로크레딧(창업·운영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에서 소액 대출을 받아 소를 한 마리 더 산 크로아티아 목축업자가 있습니다. 근처의 다른 목축업자 300명도 그와 똑같이 대출을 받아 역시 소를 한마리 더 샀지요. 처음 소를 산 목축업자는 나중에 소를 산 300명의 소들이 생산해 내는 우유 때문에 우유값이 바닥을 쳐도 우유를 파는 것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마이크로 크레딧이 한 업종에 몰려드는 사업자들을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건 '위대한 환상'이라는 겁니다.


남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 사례에서 우리나라 치킨집과 카페, 미용실 사장님들이 떠오릅니다. 재산을 털어 카페 문을 열었지만 한달후에 옆에 체인점이 떡 하나 들어서고, 또 한달 후에 다른 체인점이 들어서고, 이젠 안 열겠지 싶었는데 또 생기고. 우리가 사는 동네 골목길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업종별 자영업자 비중은 도소매업(25.7%), 요식업(21.2%), 운수창고업(11.6%) 순입니다. 도소매업과 요식업이 전체 자영업자의 46.9%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요. 진입장벽이 낮아 창업과 폐업이 매우 빈번하지요.


크로아티아 목축업자가 버터를 만들어서 독일로 수출하고 치즈를 생산해서 영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기술, 조직력, 자금을 갖추지 않은 이상 아무리 대출을 해줘도 이들의 생활이 나아지기 힘듭니다. 오히려 수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 자영업자들도 다를 바 없겠지요. 지금은 '코로나'라는 엄청난 사태로 국민 정서상 소상공인 지원을 수긍하고 있지만, 나중에 이들이 저 천문학적 빚을 못 갚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대출 보증을 선 정부가 세금을 들여 대신 갚아줘야 하고 은행이 부실채권 리스크로 흔들린다면요? 그 때도 "관 뚜껑을 열고 다 들어가라고 할순 없었어"라고 말하긴 힘들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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