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뭉툭한 엄지발가락, 발목부터 목덜미까지 투실하게 오른 살집, 새하얀 피부에 동그란 턱, 동그랗고 짧은 코, 발그레한 볼살, 약간 처진 눈매에 두둑한 눈두덩이, 그 아래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 나다 만 거 같은 작은 눈썹, 앞뒤로 약간 짱구진 두상 위로 얇고 가는 곱슬머리가 헤싱한 생명체가 있다. 쉼 없이 짧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가끔은 귀여운 옹알이를 뱉고, 이것저것 만져봤다가 입에도 넣어보고 얼굴에 비비기도 한다.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한 녀석은 아무리 지켜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글동글한 게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못생겼는데 귀엽다. 날이 갈수록 사랑스럽다. 매일이 놀랍다.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은 이런 것이구나.
결혼 전, 장인어른의 눈빛이 비로소 이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