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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완열 Nov 08. 2021

아빠의 마음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

나를 닮은 뭉툭한 엄지발가락, 발목부터 목덜미까지 투실하게 오른 살집, 새하얀 피부에 동그란 턱, 동그랗고 짧은 코, 발그레한 볼살, 약간 처진 눈매에 두둑한 눈두덩이, 그 아래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 나다 만 거 같은 작은 눈썹, 앞뒤로 약간 짱구진 두상 위로 얇고 가는 곱슬머리가 헤싱한 생명체가 있다. 쉼 없이 짧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가끔은 귀여운 옹알이를 뱉고, 이것저것 만져봤다가 입에도 넣어보고 얼굴에 비비기도 한다.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한 녀석은 아무리 지켜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글동글한 게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다. 못생겼는데 귀엽다. 날이 갈수록 사랑스럽다. 매일이 놀랍다. 딸 가진 아버지의 마음은 이런 것이구나.


결혼 전, 장인어른의 눈빛이 비로소 이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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