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딸린 30대 남자 직장인으로서
"결혼을 숙제처럼 때를 정해놓고 해치우듯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원할 때 마침 옆에 있는 사람하고 결혼해요. 별로예요" 몇 달 전, 어느 진보적인 모임에서 들은 얘기다. 뜨끔했다. 나도 결혼에 대해서 나름의 계획이 있었던 만큼 그 범주에 해당된다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요지는 인생에서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상황보다 상대가 중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와 결이 다르긴 하다. 아니 나와 같은 세계의 사람(공공기관 직원, 극보수적인 세계관)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때가 되면 취직하고 안정되면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 만나 애 낳고 정년까지 화목하게 사는 것. 그것이 지상 과제인 세계관이다.
나는 내심 뜨끔하면서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쳐야만 했다. 그 모임에서 그런 유형의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사람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좋아서 결혼하는 것이지, 결혼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곤란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