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모드는 이제 그만!
3,500cc 대형 SUV를 중고로 구입했다. 기름값을 걱정하며 에코모드로 출근한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을 수록 지갑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미혼일 때 쳐다보지도 않았던 덩치 크고 가성비가 떨어지는 패밀리카를 몰게 될지 몰랐다. 아이 2명이 있는 가족을 운영하려면 필수! 안전 최고!라고 그분이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십여 년간 작은 차만 몰았기 때문에 큰 차를 운용해보고 싶기도 했다. 출근길, 배기량만큼이나 상승된 자존감을 만끽하며 의기양양하게 주차를 했다. 옆자리를 보니 내 나이 또래 싱글 직원이 BMW 5시리즈를 주차하고 있다. 문득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들이 '젊어'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려'보인다. 공무원, 학교 선생님들이 나보다 어려 보이면 나이를 먹은 거라고 하던데, 요즘은 다 나보다 어려 보인다.
새치를 염색했다. 결혼했으니 젊고 예뻐 보여 무엇을 할 것인가. 나이보다 과하게 많은 새치는 적당한 사회생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는 주의였는데 이제는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다.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외모가 조금씩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푹 퍼진 라면이 좋아졌다. 덜 익은 라면보다 소화가 잘되니깐. 장거리 운전은 이제 싫다. 몸이 피곤하다. 인간관계를 굳이 또 만들고 싶지 않다. 직장 안에서 스쳐가는 인연만으로도 벅차다. 누군가 나에게 시비를 걸면 그냥 웃어넘긴다. 맞대거리 해봐야 나만 손해다. 말수가 적어진다. 보통사람들은 듣는 거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취향이 바뀌는 것일 뿐이야라는 자기 최면에서 깨어나야 한다
경험과 지혜가 없는 어린 직원들로 사무실이 채워지고 있다. 해가 밝을수록 그림자가 더 짙어지듯이 그들과 나는 극명하게 대비되어 보인다. 나는 늙고 그들은 젊다. 나는 많은 것들을 '성취'했고 ‘경험’했지만 그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부럽다. 간혹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젊어 보이는 선배들이 있었는데 공통적인 특징은 '열정'적이다는 것이다. 나는 점점 '열정'을 잃어가고 염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누구든지 목표를 세우고 집중하고 성취해 보이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그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정신이 젊은것 같다. 오늘부터 따라해본다. 젊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