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하루하루를 극복하는 방법은
일을 시작하는 것 밖에 없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 할것 같았다.
그 당시 이모부의 아는 분을 소개받아
분당 정자동에 있는 회사에 비서로 취직했다.
큰언니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 없었기에
분당으로 이사를 해야했다.
당장 집을 구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그 당시 투룸 오피스텔에 사무실이 있었고
대표는 방 하나를 나의 숙소로 내어 주었다.
그 당시 대표는 38세 정도 되는 나이였고,
아이가 셋이였으며 꽤나 말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급여도 생각보다 꽤 높았고
말투가 조금 싸가지(?) 없는 느낌이었지만
츤데레 같은 스타일인거 같아 크게 상관없었다.
회사는 양계사업을 하는 곳이었다.
병아리를 사서 알을 낳기 직전까지 키워
농가에 파는 일을 하는 회사였다.
거기서 내가 하는 일은 대표의 스케쥴 정리와
경리업무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크게 할일은 없었기 때문에
틈틈이 드라마를 공부하거나 글쓰는 걸
할 수 있어 좋을 거 같았다.
이사 하던 날 대표는 백화점에 가서 내가 쓸
침대도 사줬었는데 안 그런척 꽤 생색내는
스타일이라 그때는 모든게 부담이 되었던거 같다.
큰언니 집에 있던 내 물건들을 오피스텔로 옮기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 거실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서울 톨게이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아주 비싸고 좋은 오피스텔이었다.
이제 좀 운이 풀리려나..
비록 사무실 이었지만 이렇게 좋은 오피스텔에서
살아보다니, 꿈만 같았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무실은 항상 대표와 나 두사람 뿐이었다.
과장님이 계셨지만 현장만 다니시는 분이라
사무실에 출근 할 일이 없었다.
단점이라면 5시 30분 퇴근시간이 되어도
대표가 퇴근하지 않으면 방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현관문 입구 작은 방을 썼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는 것도 씻는 것도
거실 화장실을 써야했다.
너무 불편해서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오피스텔 앞에 위치한 카페골목에서
알바자리를 구했다.
그때 한참 커피프린스 드라마가 유행이었고
나는 일주일동안 매일 다시보기를 할 정도로
그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다.
그 당시 일명 은찬이 머리를 하고 있었고
카페 일에 대한 로망이 있을 때였다.
불편하게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되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 좋게도 쉬크아미라는 카페에 출근하게 되었고
5시 30분에 사무실 일이 끝나면 6시에 출근해
평일 동안은 알바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깊이 잠들었던 토요일 새벽,
누군가 갑자기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왔다.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