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걸 내려놓고 떠난 멜버른

by 엣지있는 김작가

‘나도 이렇게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


그 생각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질 무렵,

나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내게는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것.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기계처럼 웃고,

기력은 바닥나 있었다.


그 무렵, 호주로 어학연수를 갔던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멜버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헤어졌지만, 그는 내가 가진 오래된 꿈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 꿈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라면 헤어진 사람과 다시 얽히지 않는 것이 내 원

칙이었지만, 그 제안은 이상할 만큼 마음을 흔들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삶은 나에게 무엇을

주고 있지?’


늘 같은 고민 속에서 허덕이던 때라서 더 그랬다.


돈만 벌기 위한 삶.

밥 냄새 나는 복도를 지나며 부러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저녁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절망감이 자꾸 현실의 벽처럼 다가왔다.


결국 나는 1년 6개월 동안 하던 구몬 교사 일을

마무리하고,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했다.


유창한 영어를 하게 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숨 쉴 수

있는 삶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마 그 마음의 시작은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둘째 언니를

향한 부러움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23살 무렵, 언니가 살던 도쿄에서 한 달을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던

언니의 모습은 참 멋있고, 참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제2외국어로 외국인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그 작은 바람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록 6개월짜리 계획이었지만,

그래도 부딪히고 배우고 소통하는 경험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기대감은 낯선 두려움보다 더 크게

나를 끌어당겼다.


지긋지긋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유를 향해 떠나는 길.


1년 반 동안 벌어 모은 돈을 들고,

나는 호주 멜버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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