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던 멜버른에서의 생활

by 엣지있는 김작가

‘그래, 떠나보자.’


처음으로 떠나는 머나먼 나라, 호주.

간단한 짐과 노트북 하나.

그리고 무모할 만큼 가벼운 마음 하나.


두려움보다 설렘이 훨씬 컸다.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조금은 벗어나고 싶었다.

조금은 자유롭고 싶었다.


11시간을 날아 도착한 멜버른 공항.

나를 마중 나온 쉐어하우스 주인과… 전 남자친구.

차창 밖으로 스치는 낯선 풍경들이

왜인지 모르게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내가 머물게 된 집은 한국인이 렌트해 운영하는 쉐어하우스.

작은 방 하나, 침대 하나, 책상 하나.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공용 공간.


그런데도 적응은 놀라울 만큼 쉬웠다.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밥을 먹고,

밤이면 거실에 모여 수다 떨고 술을 마시며 웃었다.


그때의 나는…

그저 대한민국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쉬는 게 훨씬 편했다.

홀가분했고, 살 것 같았다.


전 남자친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는 우리가 다시 시작하길 바라는 듯했다.

평소라면 절대 돌아보지 않았을 텐데,

어쩌면… 잘하면 보통의 가정을 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니 금방 깨달았다.

‘아… 이건 절대 안 된다.’


게으름.

무계획.

실천 없는 말뿐인 미래.


전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왜 늘 못마땅해 했는지

며칠 같이 지내보니 너무나 분명했다.


함께 살던 동생들이 말했다.


“누나가 저 형을 왜 만났는지 이해가 안 가요.”


고개가 숙여졌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맞다.

나도 이제는 알겠다.

우리가 다시 시작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3개월이 지나자 모아둔 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어는 짧고, 구직은 어렵고,

농장에 혼자 들어갈 용기조차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큰언니가 쌍둥이를 유산했다는 소식.


“나… 너무 힘들어. 올 수 있겠니…?”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돌아가야 하는구나.’


버틸 돈도, 버틸 힘도, 버틸 이유도

이제는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큰언니에게 도움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떠날 때는 설렜지만

돌아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너무 아렸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