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신림역은 늘 그렇듯 사람들로 붐볐다.
그 사이로 나는 신림역 4번 출구 앞에서 효성이를
만났다.
“너 종영이 알지? 학교 다닐 때 나랑 붙어 다니던 친구.”
“기억 안 나는데?”
“얼굴 보면 알 거야. 오늘 걔 친구가 호프집을
오픈했다는데 거기 가자.”
BK호프. 전화기가 놓여 있는 테이블, 합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헌팅 호프집이었다.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하늘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남자가 효성이와 인사를 나눴다.
종영이었다.
기억에서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던 얼굴이었지만,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묘하게 이상했다.
안녕?—반말로 건네는 첫 인사.
어디서 본 적 있다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럽고,
처음 본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익숙한 느낌.
그리고,
왠지 얘랑 잘될 것 같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직감이 스며들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더 깊은 뭔가.
호프집은 오픈 첫날이라 정신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효성이·종영이와 함께 술을 마시는 동안 종영의
친구들이 계속 테이블에 들렀다.
대놓고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내 옆에 핸드폰을 두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동안 외로움을 달래던 나에게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웃음이 났다.
2차는 노래방이었다.
종영은 생각보다 노래를 꽤 잘 불렀고,
나 역시 신나게 따라 불렀다.
하지만 3차까지 갈 마음은 없었다.
나는 슬쩍 둘째언니에게 연락해 따로 만나기로 했고,
노래방에서 나와 두 남자와 인사를 나누고
바로 언니가 있는 클럽으로 향했다.
언니와 밤새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놀다가
해가 뜰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종영과는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았다.
대신 종영의 친구가 내 블로그를 찾아와
댓글과 방명록을 남겼다.
꽤나 적극적이었지만…
미안하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 친구를 자연스럽게 떼어내는 데만도 꽤 고생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음 주말이 찾아왔다.
그 주말, 내 인생이 바뀌게 될 거라는 걸 그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