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포차 앞, 마음이 움직이던 밤

by 엣지있는 김작가

목요일쯤 효성이에게 연락이 왔다.

“금요일에 신림에서 한잔하자.”


주말에 딱히 약속도 없던 터라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그 사이 나는 지난주 종영이에게 느꼈던 ‘잘될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바쁜 일상 속에 잊어가던 중이었다.


금요일, 신림역에서 효성이를 만났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지난주에 봤던 종영이도 불렀어. 괜찮지?”


당연히 셋이 더 재미있겠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종영이는 3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고, 효성이는 우리 둘이 묘하게 결이 닮았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이어주고 싶었다고.


종영이 역시 내가 마음에 들었지만, 헤어진 지 일주일밖에 안 되어 연락처를 묻지 못했다고 했다.

우연인지, 인연의 시동인지…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우리는 지난주에 오픈했던 그 호프집에서 다시 만났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참 잘 통했다.


효성이는 거의 ‘연애 코치’처럼 우리 둘 사이를 밀어붙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결국,


“둘이 회사도 강남이잖아? 연락처 주고받아!”


효성이의 적극적인 푸시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했다.


그 후로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문자를 주고받았다.

종영이는 내 블로그에 들러 사랑 칼럼마다 댓글을 남겼고, 어느 날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주고받다가

닭발 이야기 한마디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한신포차 앞에서 만날래?”


그날, 논현역에서 종영이를 처음 ‘둘만’ 만났다.

차콜 세미정장 바지에 소라색 셔츠,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린 모습.

8월의 더위만큼이나 이상하게 마음이 뜨거워졌다.


전날 회식 때문에 속은 약간 뒤틀린 얼굴로

매운 것도 못 먹으면서 “쓰읍– 쓰읍–” 거리며 닭발을 먹던 모습.

이상하게 귀여웠다.


좋아 죽겠다는 감정보다는

‘함께 있으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사람.’

그게 종영이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만났다.

사귀자는 말만 없지, 사실상 연인이나 다름없었다.



어느 주말.

둘째언니가 이태원 클럽에 아는 오빠가 디제잉 한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종영이는 단번에 말했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언니는 우리가 있는 이자카야로 왔고, 소주를 거하게 마신 후 셋이 함께 이태원으로 향했다.


종영이는 구두를 신고도 놀라울 만큼 신나게 잘 놀았다.

둘째언니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불편할 법한 상황에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언니는 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 동생 남자친구야.”


나는 취해 기억이 흐릿했는데

종영이가 나를 챙겨주던 모습만은 또렷했다.

그날 나는 마음을 정했다.


‘아, 이 남자와 사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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