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게 아니라, 말하지 못했을 뿐

by 엣지있는 김작가

결혼을 하고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성형외과 홍보팀 운영을 고민하던 시기였고, 이 회사에

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직장을 구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기회가 줄어든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결혼 전에는 서류를 넣으면 그래도 면접까지는 갔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면접 연락 자체가 잘 오지 않았다.

면접을 보게 되더라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은

늘 같았다.


“2세 계획은 있으신가요?”


임신과 출산이 여전히 일 앞에서는 걸림돌이 되는

모양이었다. 당장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었지만,

배란이 되지 않는 몸이라 피임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면접 자리에서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습니다.”

“2세 계획은 없습니다.”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몇 주째 직장을 구하지 못했고,

어렵게 시작한 결혼이었기에 신랑 혼자 벌어서는

빠듯한 생활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신랑이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결혼하면 남자들은 다 변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일찍 결혼한 큰언니를 봐도 형부가 변했다고 했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신혼이었지만 잠자리는 많지 않았고,

한숨을 쉬는 날도 잦아졌다.

잘 때도 등을 돌리고 자는 날이 많았다.


불안했다.

벌써 변한 걸까?

사람 잘 보기로 유명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

나를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놓고 묻기엔 겁이 났다.

술을 마실 때 은근히 떠보듯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는데,

이게 현실이라면 너무 빠르게 현실을 마주한 것 같았다.


직장은 구해지지 않고,

신랑은 변한 것 같고,

결혼하자마자 불안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한 일만 생길까…’


그러던 어느 날,

아는 지인이 선릉역 근처에 있는 마케팅 회사,

브릿지래보러토리를 소개해 주셨다.


연봉을 조금 낮추는 조건이었지만

대리라는 직책을 달고,

생각보다 좋은 조건으로 입사하게 되었다.


신랑도 진심으로 기뻐해줬다.

“너무 잘 된 것 같아.”


그때는 몰랐지만,

내가 직장을 구한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결혼 직후, 신랑 회사에 구조조정이 있었고

기획 파트에 있던 신랑은 갑작스럽게

영업 쪽으로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둔 상황에서

자기 회사까지 흔들리다 보니

나에게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는 이야기였다.


책임감 때문에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괜히 미안해졌다.

나에게 털어놨다면

둘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았을 텐데,

혼자 버텼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내가 직장을 구한 뒤,

신랑도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열심히 살아가기 시작했다.


틈틈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신혼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어느 날.


우리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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