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장애인 교사를 보지 못했을까?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 봐라. 제대로 되겠나. 학부모 상담도 안 될 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 된다."
혹시 지난해 밝혀진 진주교대 입시 비리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2018년도 입시에서 한 지원 학생이 시각장애 1급인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류평가 점수를 의도적으로 하향 조정해 불합격시켰던 일이 한 입학사정관의 폭로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위의 글은 사건 속 성적 조작을 지시한 입학 관리 팀장이 내뱉었던 말이다.
지금 이 글의 제목은 위 이슈에 대해 찾아보는 과정에서 발견한 한 기사의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경향신문, <우리는 장애인 교사를 본 적 없다.>) 이 기사의 제목은 순간 내 뇌리에 꽂혔다. 스스로 나는 ‘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같은 건 갖고 있지 않다’,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눈에 들어온 “장애인 교사”라는 말이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이는 아마도 내가 그동안 12년의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제목이 말하듯 장애인 교사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혹시 장애인 교사를 만나본 적 있는가? 아마 그렇지 않은 사람이 태반이지 않을까 싶다.
위 기사의 인터뷰이인, 편도환 교사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왜 선생님에 지원하는 장애인은 많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장애인은 교사를 하기 어렵다는 사회의 편견 때문에 진입부터 막혀 있다”라고 답했다. 나 역시도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편견을 가졌던 셈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교직 진출을 가로막는 요소는 이러한 인식 때문만은 아니다. 교직에 접근하는 모든 과정이 이들에게는 걸림돌이다. 장애인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례를 위주로, 구체적으로 어떤 걸림돌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대입 과정의 어려움
“ 한 교대에 재학 중인 김슬온씨(23)는 입시 과정에 차별이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했다. 대학들은 1급부터 6급까지 다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경증장애인이 다수였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은 김씨 혼자거나 김씨를 포함해 두세명 정도였다. 김씨는 청각장애 2급, 중증으로 분류된다. 그는 “교사를 하기에 쉬운 장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면접 과정에서 최대한 장애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음성증폭기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증폭기가 실질적으로 별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입시에 약점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그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인데도 막 장애를 숨기려고 한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
경향신문, <우리는 장애인 교사를 본 적 없다.>, 2021.05.13.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은 대학에서 정원 외로 모집이 가능해, 인원 제한이 없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교육대학교의 장애인 학생 전형 입학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모집 정원은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는 총 정원에 비해 매우 적은 인원이며, 모집 정원만큼 입학생을 뽑지 않은 대학도 상당수였다. 심지어 전국 127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중 장애 학생을 위한 특별 전형이 없는 학교는 60%에 달했다.
위 글이나, 진주교대에서 일어났던 입시 비리 사건처럼 면접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 역시 많다. 실제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56%가 지체장애나 경미한 장애가 교사에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모든 장애인이 교직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에 불과했다. 이러한 인식이 만연하기에 입시 과정에서도 경증 장애인을 위주로 선발하게 되는 것이다.
(2) 임용 시험 과정의 어려움
"임용 준비과정에서 필독서만 스무 권 정도 되는데 그 중 대체도서로 제작된 것은 두 세권밖에 안됩니다. 다른 수험생들은 책을 펴는 그 순간부터 임용준비 시작이었으나, 저는 책을 만드는 것부터 수험준비의 시작이었습니다. 수험서를 대체도서로 제작하는 과정이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거의 1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 - 시각장애인 교사 A씨
장애인 아고라 활동브리핑, 2021.06.12
대체도서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독서 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점자나 소리의 방식으로 만든 책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매년 발간되는 5만여 권의 책 중 점자자료나 디지털음성도서로 제작되는 것은 2~3%에 불과하다. 사실 이는 임용 과정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학기 시작 전 필요한 점자 학습자료의 제작을 신청하더라도,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각장애 학생들은 예습은커녕 시험 대비를 위한 활용도 어렵다. <시각장애 학생 점자 학습자료 제공 프로젝트>에서 중학생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점자 학습자료 제작 시간이 4개월 이상 걸린다고 답한 비율이 66%였고, 점자 학습자료 검색 시 찾다가 포기했다고 답한 비율 역시 50%에 달했다.
뇌성마비로 지체장애와 언어장애를 중복으로 갖고 있는 C씨는 면접시험 당일 스케치북을 가지고 가, 자기 발음이 부정확하니 면접관들에게 스케치북에 글씨를 쓰면서 설명하겠다고 하였고, 그렇게 면접을 봤다. 그러나 면접관들은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한 번도 그에게 다시 말해보라거나, 손으로 써서 보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면접시험 결과는 0점이었다.
주간경향, <장애인에 대한 시험 편의제공은 법적 의무>, 2018.10.15
대입뿐만 아니라 임용 시험에서도 장애인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제 4조>에 따르면 시험 실시 시 장애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필요를 제공하여야 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시험기간 연장, 확대 답안지 제공 등 장애인의 능력 평가를 위한 보조수단 마련 등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위의 사례처럼 실제로 편의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거나,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3) 교직에서의 어려움
홍상희 교사(42)는 “이전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싶다고 하자 ‘선생님은 정상이 아니니까, 2학년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학년은 홍 교사에게 익숙하지만, 새로운 학생들은 장애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였다. 뇌병변장애 1급인 홍 교사는 몸의 왼쪽 축이 불편하다.
하지만 이런 노골적인 차별보다는 배려인지 차별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주로 발생한다. 장애인 교사에게는 담임이나 업무, 고학년 수업 등을 잘 맡기지 않는 식이다. 청각장애 2급인 최별 교사(31)는 “장애인 교사가 발령이 나자, 당사자를 만나보지도 않은 채 업무와 담임에서 제외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우리는 장애인 교사를 본 적 없다.>, 2021.05.13.
한 학급의 담임이 장애인 교사라고 할 경우에 학부모의 민원도 있고, 활동의 제약이 있어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우리 아이의 담임이 장애인 교사라면 싫을 듯 합니다. - 비장애인 교사 H씨
김기홍, ‘장애인 교사의 임용에 대한 초등학교 교사와 부모들의 인식’(2015)
어렵게 입시와 임용을 거쳐서 교직을 맡더라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 실제로 교대나 사범대에 입학하고도 교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개중 한 가지는 위처럼 장애인 교사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 때문에 일어나는 업무 배제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 교사들은 교사로서 경험을 쌓기 어려우며, 결정을 할 수 있는 지위로 올라가기 힘들다. 실제로 서울 공립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중증장애를 가진 교감이 탄생한 것은 불과 지난해 3월이다.
이러한 편견, 인식에 기반한 문제 이외에도 물리적인 환경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기본적 인프라조차 잘 갖춰져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학교 자체의 시설만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 지원 역시 미비하다. 2017년 기준 장애인 교원에 대한 지원예산 총액은 6억 5천여만원(보조인력지원 약 6억 4천만원, 보조공학기기 지원 1400만원)이었다. 그러나 휴대용 점자정보단말기는 약 600만원, 휠체어 전동보조장치는 1~300만원 등 보조공학기기의 단가가 높은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러한 사항들은 사실 법에 명시되어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1조에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시설의 설치나 개조는 물론이고 보조기구의 설치·운영, 보조인력 배치 등이 모두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장애인 교사들은 이러한 정당한 편의를 받고 있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 교사 업무지원인은 2014년 기준 26명, 2017년 기준 47명에 불과했다. 비싼 보조공학기기 장비들을 갖추고 있는 교육청도 5곳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또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결국 우리가 직접 ‘만나보지 못해서’이지 않나 싶다. 환경 문제만 해도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피해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기 마련이다. 배타적인 우리 사회가 편견을 가지고 ‘장애인은 이런 일을 못할 거야’ 생각한다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으로 인해 이런 일을 못할 거라 지레짐작하기보다는 이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이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우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글을 시작하며 이야기했듯이, 나는 그간 한 번도 “장애인 교사”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장애이해교육을 수없이 받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은 아마도 내가 이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나는 왜 장애인 교사를 본 적이 없을까?”라고 자문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될 것이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멀고도 험한 교원의 길 > 한국장총자료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kodaf.or.kr)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509141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