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을 읽고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 소설에 관해 유포된 어떤 독후감에도 침범당하지 않은 순수한 첫 독자의 첫 독후감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다.
평소에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타인의 감상이 궁금해서 곧바로 인터넷에서 독후감이나 감상 후기를 찾아보곤 했는데, 작가의 말을 읽으며 뜨끔하게 되었다. 타인의 감상에 침범당하지 않은 나의 감상을 남겨두고자 글에 대한 짧은(어쩌면 짧지는 않은) 단상을 남겨 본다.
사실 초반에는 왜 제목이 모순인지, 잘 와닿지 않았으나 읽어 나갈수록 이 모순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까지 정독하고 나서 든 생각은 인생은 정말 모순덩어리라는 것! 이었다. 최근 들어 어떤 사람이나 대상이 어떨 때는 너무 좋다가도 어떨 땐 사소한 이유로, 갑자기 싫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이렇게 휙휙 바뀌는 내가 스스로 조금 싫었던 것 같은데, 책을 읽고 나니 아무렴 어떤가, 싶어졌다. 사람들은 모두 모순적인걸! 모두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서 살아가는 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안진진이 당연히 사랑하는 김장우와 결혼할 거라 생각했다. 사랑을 좇는 여느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처럼 말이다. 그래서 결말부를 읽으면서 내적 비명을 질렀다. 나영규랑 결혼하다니??? 그러나 곱씹어 생각할수록 이 결정이 안진진의 삶에서는 이상하지 않은 듯 싶다. 로맨스를 원하는 나 같은 독자에게나 당황스러운 것일 테다. 낭만과 이상을 따라갔다면 김장우와 결혼했을 테지만, 눈앞의 현실 속에서는 항상 이상을 좇으며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다. 가정환경이 달랐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 싶다가도 그렇다면 김장우 같은 사람과는 만나지 못했겠지, 싶었다. 만약이란 없는 법이다.
김장우와 만났다면 어머니처럼 살게 될 테고, 나영규와 만났다면 이모 같은 삶을 살게 되겠다는 걸 알았기에 안진진은 나영규를 택한 것이다. 이 선택이 어쩌면 안진진의 결핍을 해소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을 하지는 못 했지만 이모네 집과 주리를 보며 느꼈던 결핍, 혹은 일종의 열등감을 나영규와의 결혼을 통해 해소한다면 그게 행복은 아닐지라도 안진진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부족한 것의 결핍이 채워진다고 항상 행복해지는 것은 않는 것 같다. 인간은 모순적이니까! 보편적인 관점에서 결핍을 채워 나가는 것이 곧 행복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은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지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가지지 못했기에, 알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안진진도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살아보지 못했던 이모의 삶을 택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어떨 지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엄마는 이모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고, 이모는 엄마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가지지 못한 삶에 대한 결핍에서 오는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둘의 상반된 삶은 한 사람에게 공존할 수 없다.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가질 수 없는 타인의 삶을, 타인의 것을 지켜보며 갈망하는 모순을 가지고 살아간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