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를 읽고 ①
임솔아 작가의 단편소설집을 읽기 시작했다.
단편 하나하나에 감상을 남기고 싶어져 글을 써본다. 이 글은 첫 번째 단편 <그만두는 사람들>을 읽고 쓰는 글이다.
이 단편 하나 속에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등장하는데, 그 각각의 이야기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는 무언가를 끝까지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까?
주인공의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현실에서 빈곤, 그리고 업계의 부당함과 부딪히며 닳아 버린다. 다른 취미들을 포기해가면서까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버텼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애정을 현실의 벽이 넘어서 버렸달까. 그게 어떤 대상이든 간에, 누구든지 간에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하면서 문득 슬퍼졌다.
혜리는 어쩌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을까. 세상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항상 보여지길 원하는 대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법이다. 혜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는 데 실패한 게 아닐까. 그러나 그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그 사이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닐까?
서로 다른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는 주인공과 혜리가 메일을 주고받으며 위안은 얻는 모습은 책 너머에 있는 나에게도 위안을 줬다. 학교 앞에 살면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도 학교와 학교 사람들에게 매여 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직장인들은 직장과 너무 가까운 곳에 살면 퇴근하고 집에 와도 직장에 매여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 살고 있는 공간부터 직종, 취미까지 뭐 하나 겹치는 게 없는 둘이기에 서로에게서 오히려 본인이 매여 있는 환경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을 테다.
소속과 고립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두 사람을 보면 어딘지 마음이 씁쓸해지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 내가 속한 집단에 맞추어 나 스스로를 재단해나가면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쩌면 필수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에게 혜리가 그랬듯, 혜리에게는 주인공이 그랬듯, 나에게도, 모두에게도 언제나 그 집단 밖에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 문단이 뇌리에 맴돈다.
사비나는 어떻게 소나무 숲을 지켜낸 것일까.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잘라내고 태운 것일까. 죽일 나무와 살릴 나무를 어떻게 선별했을까. 사비나는 스스로를 떠난 자라고 여겼을까, 아니면 남은 자라고 여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