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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2년간 글을 쓰고 느낀 점

by 요가언니



“제시야. 이번 주는 안 되겠어. 도저히 쓸 말이 없어.”

“그럴 만도 하지. 2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쓰고 있잖아. 소재가 떨어지지 않은 게 이상한 거야.”


내 글을 가장 먼저 읽고 그림을 그리는 제시는 항상 공감과 위로를 해줬고 그 덕분에 그냥 썼다. 눈 밝은 독자들 중에는 ‘정말 쥐어 짜내서 글을 썼네.’라고 느낀 분들도 계시겠지만 어쨌든 계속했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조금씩 느린 속도로 1000여 명으로 늘어난 구독자의 숫자나, 출판사의 출간 제의, 매체의 기고 제의, 그리고 편집자와의 미팅 등은 확실히 리프레시가 되었다. (조율 과정에서 출간, 기고는 무산되어 앞으로도 브런치에 열심히 쓸 예정이다.)


“나에게는 뾰족함이 없는 것 같아. 집중해서 파고들어서 단시간에 최고가 되려는 그런 열망 같은 것 말이야.”

“뾰족함은 잘 모르겠지만, 너에게는 끈기가 있어. 너처럼 한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은 드물어. 네가 어떤 것을 성취했는지 되돌아봐.”


나는 거창하게 ‘365일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할 열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부담 없이 일주일에 한 편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느슨한 활동을 했음에도 2년이 지나자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겼다. 이 경험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껏 그것은 타인의 평가에 의해, 외부로부터 부여받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이런 마음가짐은 요가에서 배웠다. 타고나기를 유연한 사람이 아닌 나는 아직도 요가단다아사나를 못한다. 양다리를 목 뒤에 걸어서 마치 자기 다리를 베고 눕는 듯한 그 기이한 포즈 말이다. 그렇다고 힘이 충분하지도 못해서 두 팔뚝 위로 몸을 올리는 까마귀자세 바카아사나나 핸드스탠드를 자유자재로 해내지도 못한다. 그런데 계속 요가를 한다. ‘하다 보면 언젠가 될 거야.’라는 자신감도 있고, ‘저 동작 못해도 내 인생에 아무 지장 없어.’라는 배짱도 있다.


요가에서는 특정 동작을 못하는 것이 흠이 아니라고 배운다. 개인의 신체는 개별적이고, 다르다는 전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동작을 할 필요도 없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 놓고 그냥 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동작을 하던 모두가 '요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아무도 나에게

“너는 요가를 몇 년이나 했는데 아직도 골반이 이렇게 뻣뻣하냐.”

라고 묻지 않는다. 묵묵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안 되던 머리서기가 되고, 간다베룬다아사나가 됐다. 그렇게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작을 해야 한다. 유명 유튜버 한빈은 <저녁 루틴의 힘>에서 ‘일단 시작하면 성공과 실패의 확률은 반반이지만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결과는 100% 실패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글쓰기이건 요가이건 다이어트이건 식습관 개선이건 공부이건 사업이건 연애이건 뭐가 됐든 시작하는 것은 큰 결심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지만, 실은 그냥 하면 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차크라 위즈덤 오라클 카드로 너의 고민을 덜어줄게.”

“차크라? 요가에서 말하는 그 차크라 말하는 거야?”

“응. 7개의 각각의 차크라마다 7개의 카드가 있어서 총 49개의 차크라 카드가 있거든. 한 장 뽑아봐.”


얼핏 보기에 타로카드 같은 것이었다. 카드를 통해 마음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고민의 해답이나 마음의 소리를 이끌어내는 것 말이다. 타로카드 점도 한 번밖에 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림을 고르고 풀이를 해주는 것이 비슷해 보였다. 재미 삼아한 장을 골랐다.



Completion 완성: 당신 인생의 모든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라. 그것은 마무리를 포함한다. 마무리를 두려워하지 말고 한껏 끌어안아라. 거대한 모험을 향한 자연스러운 엔딩, 새로운 시작이 가져다주는 힘을 존경하라.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이게 뭐야?’라 할 만한 아무것도 아닌 것이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한없이 맞는 말이었다. 최근 며칠간 브런치에 쓰던 요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 제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처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가 요가를 하면서 느낀 것들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었지. 그러니까 내 글쓰기의 시작은 요가이고, 나는 요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이걸 그만둬도 될까?

‘제시와 서로 의지하면서 2년을 보내왔는데, 제시 없이 앞으로 혼자 글을 쓸 수 있을까?’


와 같은 미련이 남아있었다. 앞에서는 자신 있게 ‘시작’의 중요성을 얘기했지만, 정작 나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차크라 오라클 카드는 마무리를 해야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렇게 나의 요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수련은 계속되고 글쓰기도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요가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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