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선생님이 뱀 자세를 하면 허리에 좋다고 했는데 난 왜 허리가 더 아프지? 선생님이 잘못 알려주신 거야? 아니면 내가 잘못한 거야?”
“어디 한 번 해봐 봐.”
엎드린 상태에서 양손을 어깨 옆에 짚고 팔을 쭉 펴서 상체를 들어 올리는 소위 ‘배밀이’가 코브라 포즈이다. 척추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복근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수축한 복근을 이완하기 위해서 마무리 운동으로 하기도 한다. 요가 수업시간에도 꼭 한 번씩은 하는 대표적인 요가 자세이다.
친구의 자세를 살펴보니, 허리가 과도하게 꺾여 있다. 워낙 힘이 좋고 건강한 친구라 팔 힘으로 상체를 힘껏 들어 올려 과도한 팔 힘 때문에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허리가 부자연스럽게 꺾이며 압박이 간 것 같다. 이럴 때는 바닥을 지지한 손바닥이 몸과 너무 가까운 것이므로, 손의 위치를 멀리 떨어뜨려서 상체를 완만하게 들어 올리면 도움이 된다.
코브라 포즈를 할 때 허리가 아픈 일반적인 원인은 현대인의 고질병인 거북목과 새우등, 말린 어깨(라운드 숄더)에 있다. 이 자세의 핵심은 가슴과 어깨를 활짝 열며 몸의 앞면을 늘리는 동시에, 등허리의 근육을 수축하며 강화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깨가 말리고 등이 굽은 사람이라면 가슴을 잘 열어낼 수 없기 때문에 전혀 후굴이 되지 않은 꼿꼿한 상체를 억지로 힘으로 들어 올리게 되고, 애꿎은 아래 허리가 접히고 눌리며 꼬리뼈 위쪽으로 통증이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허리가 아프다면 등을 먼저 유연하게 만들 일이다.
체형 상 어깨가 말리지 않았더라도 양손을 안장으로 짚는다면 어깨가 말리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역시나 아래 허리에 과부하가 오게 된다. 이럴 때는 손을 정면으로 향하게 잘 짚고 팔꿈치가 좌우로 벌어지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팔을 펴본다. 손의 위치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코브라 포즈는 손으로 바닥을 미는 힘이 아니라 척추의 힘으로 상체를 들어 올리는 것임은 잊지 말아야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첫째, 등을 유연하게 해서 가슴이 잘 열릴 수 있도록 하고, 둘째, 허리 근육을 강화해서 상체를 잘 들어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딱딱하게 굳은 윗등을 풀어주는 손쉽고도 대표적인 방법은 폼롤러 마사지이다. 폼롤러를 어깨 아래에 깔고 아래위로 굴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다. 윗등에 폼롤러를 굴린다는 것은, 날개뼈 전체를 마사지한다는 뜻이다. 평소 자세가 구부정한 라운드 숄더인 사람은 요가 블록이나 집에 있는 단단한 쿠션을 날개뼈의 아랫부분, 쉽게 말해서 브라 끈 정도의 위치에 맞춰서 대고 누워 자연스럽게 어깨가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가슴이 열리게 할 수 있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서 시작해본다. 팔을 귀 옆으로 뻗고 상체를 천장으로 들어 올릴 때, 손바닥의 도움 없이 허리의 힘만으로 상체를 올리는 연습을 해보자. 처음에는 가슴이 겨우 바닥에서 뜨는 정도겠지만 허리 근육이 강해지면서 상체가 점차 많이 올라올 수 있다. 이게 바로 요가의 메뚜기 자세이다.
등이나 어깨에 문제가 없는데도 코브라 포즈에서 허리에 통증이 온다면 하체를 살펴볼 차례다. 발을 좌우로 넓게 벌리고 뒤꿈치가 밖으로 벌어져있거나, 혹은 뒤꿈치가 안으로 모여져 있다면 허벅지 뼈가 고관절에 끼워질 때 틀어졌다는 말이다. 틀어진 상태에서 허리에 각도를 주면 아래 허리에 자극이 올 수 있다. 상체를 들어 올릴 때 엉덩이에 힘을 주는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엉덩이에 힘을 주면 허리가 단단해지면서 허리가 안 아픈 기분이 들지만, 자연스럽게 굴곡이 이루어져야 하는 척추를 딱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엉덩이는 자연스럽게 놔두되, 발등이 바닥에 잘 닿도록 똑바로 위치시키고 한 다리씩 다리가 길어지는 상상을 하면서 발을 뒤로 길게 뻗어본다. 그 동작을 몇 번 반복하면서 다리뿐 아니라 허리가 길어지도록, 그러니까 엉덩이뼈가 발끝 방향으로 길게 내려가는 상상을 하면서 세팅을 해 척추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척추가 눌리지 않는다.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복근을 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동작을 하지만, 하타요가로 코브라 자세를 하는 나에게는 이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타요가는 짧게는 1분, 길게는 20분간 한 동작을 유지하면서 의식을 내면으로 가져오는 명상의 상태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그런데 말이 좋아서 명상이고, 집중이지, 한 동작을 10분 이상 유지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힘들기 때문에 내면의 싸움이고 명상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10분은커녕 5분만 넘어가도 팔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등이 뻐근해진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날인데, 근육통이 등허리 전체로 와서 펴지도 굽히지도 못하는 괴로운 상황에 빠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하타요가가 두려우면서도 계속하게 되는 이유이다. 근육통은 분명히 등과 허리의 척추 근육을 잘 사용했고, 강화되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인요가>의 저자 폴 그릴리는 엉치뼈는 유착에 가장 민감한 뼈라고 했다. 젊은 사람의 엉치뼈는 앞쪽으로 기울어져서 허리에 곡선을 만들지만 나이가 들면서 엉치뼈가 유착되고, 골반이 뒤로 기울면서 허리의 곡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코브라자세를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이다.
코브라 자세가 잘 안 된다는 친구 덕에 등허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몸은 영혼이 머무는 사원이며 완전한 소우주이다. 그리고 그 소우주를 지탱하는 은하수가 척추, 곧 등이다. 사원 속에 깃든 신성한 영혼, 즉 아트만에 경배하는 마음으로 우리 안의 은하수를 돌본다면 깨어나는 몸과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뒷모습마저 아름다워야 하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김윤선, <감정 상하기 전, 요가> 중에서
https://youtu.be/Yu0ksNiWi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