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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May 03. 2023

미술관에 처음 가는 사람처럼


Art Gallery of NSW, Sydney


“아무리 생각해도 미술관을 빼놓고서는 뉴욕 여행 계획을 세울 수가 없겠어.”

“그럼 가면 되지! 나도 가보고 싶어. 한 번도 안 가봤거든, 미술관.”


뉴욕 여행의 컨셉을 세미 아트 투어로 정했다. 현대미술의 중심 뉴욕에서는 열흘이고, 한 달이고 아트 투어만으로도 시간을 꽉 채울 수 있다. 이번 일정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뉴욕은 처음 가보지만 ‘뉴욕 아트 투어’라는 컨셉은 10년 전부터 머릿속에 있었다. 10년 전 나는 예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내 삶은 온통 미술로 채워져 있었기에 모든 여행의 중심 역시 Art 였다.


Rockbund Art Museum, Shanghai

중국현대미술가 차이궈치앙(Cai Guo Qiang)의 전시를 보기 위해 상하이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 정도였다. 당시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 핫한 장소인 상하이 와이탄 미술관 Rockbund Art Museum에서의 전시였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차이궈치앙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 오프닝 파티에 초대받았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파티에 들어가 본 것은 처음이었을뿐더러 만찬 중간에 차이궈창이 직접 ‘한국에서 온 내빈’이라고 일으켜 세워 소개를 해줘 인사를 하는 신기한 경험도 해봤다. 차이궈치앙은 일찍이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을 했기에 자국 내에서 활동한 ‘중국현대미술 4대 천왕’에 비해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서구에서의 위상은 대단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천국으로 가는 계단: 차이구어치앙의 예술세계>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차이궈치앙 전시 오프닝파티

이탈리아 현대미술관 MAXXI가 로마에 개관했을 때는 이 미술관이 궁금해 이탈리아를 그 해 휴가지로 정했었다. 이곳은 전시보다는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로서의 가치가 더 컸다. 한창 옥션과 아트마켓에 빠져있을 때는 홍콩의 옥션과 갤러리들을 찾아가 프리뷰 및 전시를 보고 오곤 했었다. 홍콩 정도 규모의 아트마켓이라면 옥션 프리뷰에서 미술관급 전시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갤러리나 옥션이 고층 빌딩 고층부에 있는 것이 특이했다. 덕분에 찾는데 한참 걸렸지만 말이다. 런던에 도착하면 바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으로 달려갔고, 리버풀에서 다들 축구를 보러 갈 때 나는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로 갔다. 워싱턴 일정 중에 들른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도 참 좋았다.

  

The Broad, LA


뉴욕 아트 투어의 꿈은 뉴욕에서 유학하신 교수님의 영향이 컸다. 강의가 미국, 특히 뉴욕의 미술에 관한 것으로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의 린다 노클린, 모마의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의 미술 이론을 배웠고, 모마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20세기 이후 전시를 꼼꼼히 다루고, 심화 발제를 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발달한 초현실주의나 추상표현주의 등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지식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뉴욕 아트 투어의 계획이 탄탄히 완성되어 갔다.  


Portland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그러나 예술과 무관한 생업에 종사한 10년 동안 서서히, 그리고 지난 3년간의 코로나 시기 동안 급격히, 내 삶에서 예술은 잊혀갔다. 마지막으로 전시를 본 것이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것이, 지금은 미술관을 가보지 않은 친구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함께 미술 여행의 시동을 걸기로 했다. 현대미술의 중심지이자 끝판왕인 뉴욕에서 모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구겐하임 뮤지엄, 휘트니 뮤지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한국의 미술관에서부터 연습을 시작한다고 말하면 될까. 내일 <에드워드 호퍼> 전을 보러 서울시립미술관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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