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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Apr 01. 2024

텐트 밖이 아니라 요트 밖은 유럽

프롤로그

“한가인 간 데 거기 가는 거야?”

“응 맞아, 남프랑스.”


남프랑스로 휴가를 간다고 하니 라미란, 한가인이 간 데가 맞느냐고 묻는다. 마침 여배우 네 명이 남프랑스에서 캠핑을 하는 <텐트 밖은 유럽 – 남프랑스 편>이 방송 중이다. 방송의 힘은 강하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 없이 이렇게 한 단어로 정리되곤 하니. 남프랑스가 흔히 가는 여행지는 아닌데 신기하긴 하네? 우리도 여자 네 명이 여행하는데 그것도 비슷하고 말이야?


마침 우리 여행 시기에 tvN에서 방송 중인 남프랑스편

동선이 겹칠까 싶어서, 그리고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몇 편 보았다. 인천을 출발해서 니스에 도착하며 시작되는 일정부터 동일하다. 니스까지는 직항이 없어서 어딘가를 경유해야 하는데 보통 파리,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 같은 큰 공항을 이용한다. 대학생 때야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 종종 경유 비행 편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이기도 하고, 점점 체력의 한계도 생기니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고집하곤 했는데,,,, 갈 길이 멀겠다 싶어서 살짝 걱정이 된다.  


러우전쟁 이후 비행은 처음이라, 우회 항로가 신기해서 찍어봄

<텐트 밖은 유럽>을 보니, 안 그래도 러우전쟁으로 하늘 길이 막혔는데 비행기까지 연착되어 총 4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40시간 동안 씻지도 못하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공항 안에서 대기하는 끔찍한 그런 일이 우리에게도 생기면 어쩌지? 걱정이 스멀스멀 부풀어 오른다. 프랑스 교통은 워낙에 악명이 높은 터라 연착에 수화물 분실까지 고려해 짐을 분류해 쌌다. 약간의 지연은 있었지만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9시간 만에 우리는 니스공항에 도착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서인지 이 정도쯤은 가뿐하다. 그나저나 유럽이 이렇게 먼 곳이었나.


도착 첫날 비오는 3월의 니스. 패딩과 코트차림.

3월 중순이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으슬으슬했다. 지난주에 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비가 오는 유럽이 그렇게나 음산하다기에, 경량패딩과 코트, 털모자, 그리고 고무 물주머니까지 챙긴 참이었다. (온돌도, 전기장판도 없는 유럽 숙소에서 뜨거운 물주머니를 끌어안고 잘 요량으로.) 여행 직전에 몸이 좋지 않아 쭉 병원을 다녔기에 더 철저히 챙겼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자 4명의 남프랑스 여행 시작이다. 나이도 하는 일도 생활환경도 다른, 심지어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우리는 왜 함께 유럽에 온 것인가?


2023년 맨해튼 고층빌딩 앞에서 요트시합 중인 우리. 태극기 스핀!

# 요트

이야기는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3년 9월 우리는 맨해튼 요트 클럽의 초청을 받아 뉴욕 요트 대회에 참가했다. (브런치에 뉴욕 여행을 기록하다가 게으름병에 걸려 아직 뉴욕에서 요트 탄 이야기를 못 썼다는... ) 그곳에서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여러 국가의 다양한 팀을 만나 교류하고, 또 해외 대회 참가 이력을 추가하며 이번에는 유럽의 초청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무려 세계 최고의 요트 클럽인 모나코 요트 클럽으로부터 말이다.


초청을 받은 것이 영광스럽고 좋은 기회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으나, 초청 연락이 온 시점은 아직 9월에 다녀온 뉴욕 대회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그러니까 책상에 쌓여있는 뉴욕 관련 책도 미처 다 못 읽었고, 브런치에 뉴욕 이야기 기록도 못 끝냈으며, 뉴욕 여행의 과다 지출로 인한 개인 재정 정상화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이 시점에 모나코 행을 진행하는 게 맞는 걸까?


“이번에 모나코 요트 클럽에서 초청이 왔는데 말이야......”

“갑시다. 무조건 갑시다.”


스키퍼 언니에게 전화가 왔을 때, 약 1초간 고민을 하고 나는 바로 GO를 외쳤다.


# 기회

가고 싶을 때 돈만 내면 갈 수 있는 일반 해외여행이 아니다. 초청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지 않나. 기회란 게 그렇다. 꾸준히 참가하며 경험과 실력을 쌓아야 그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매년 대회에 참가하고 (그 과정이 어떻게 순탄하기만 하겠나.) 그 이력을 성실히 관리해 온 팀 리더의 노력이 기회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 팀

발전적인 팀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이벤트다. 꾸준히 연습에 참여하고 실력을 쌓은 팀원들이 팀워크를 발휘할만한 무대가 필요하다. 지난 뉴욕 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멤버들에게도 차례가 돌아가야 개개인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 모나코 요트 클럽 (출처 https:// yacht-club-monaco.mc)

대회는 금토일 3일간 펼쳐진다. 영국팀이나 독일팀은 금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모나코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가 서울에서 통영에 가듯이. 하지만 19시간 동안 날아가는 우리는 상황이 다르니까. 시차 적응과 컨디션 관리를 핑계로 며칠 일찍 유럽에 도착한 우리. <텐트 밖은 유럽>의 그녀들이 산속에 텐트를 친 것처럼, 우리는 바다 주변에 짐을 풀었다.  


류시화 작가는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라고 말했다. 내가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는 게 삶이라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요트를 타러 유럽에 가게 되다니, 이건 내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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