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시간

09 | 지나간 장면들 : 같은 속도의 공감

by 박붕어
달리기 좋은 바람 부는 맑은 날

바람이 살짝 불고,

조금 시원한 온도에

러닝화를 질끈 매듭짓는다.


나도 달리고 너도 같이 달린다.

2인 1조로 달리라는 현수막을 흘깃 쳐다보며,

서로의 눈을 한번 바라본다.

공감의 눈 맞춤을 3초간 나눈다.


나란한 발걸음으로

왼발 오른발,

억지로 맞춘 게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동화된다.


함께 있는 사람과

말은 거의 없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했다.


웃음도, 대화도 없이

날숨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서로의 존재가 이미 충분히 느껴졌다.


같은 페이스와 침묵 속에서

속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그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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