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세 가지 이야기

- 2021년 5월 3일의 꿈

by 김뭉치

1.

동생

벤치

택배 기사

주택


꿈에서 깨자마자 이런 단어들을 나열해 놓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

씻고

출근 준비를 하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기억은 온통 휘발되고

단어들은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암호가 되어 버렸네

하여튼

출근이 문제라니까


2.

다른 꿈은 기억이 나.

돌아가신 엄마가 나왔지. 엄마가 살아 계신 모습을 보니 꿈에서 깨고 나서도 기분이 좋았지 뭐야. 하지만 꿈 내용은 그리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어.

엄마는 평소보다 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셨지. 엄마는 답답해하시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셨어.

난 우리 함께 서로의 입 모양만 보고 말하는 연습을 해 보자고 했지.

그렇게 우리는 오랜 시간 서로의 입 모양만을 보며 흡사 고요 속의 외침을 펼쳤어.

겉으로는 즐거운 척했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아팠지.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엄마가 너무 보고 싶네.


3.

나는 동화를 읽고 있었어. 그 동화는 환경 동화였지. 그림도 있었지만 글밥이 많은 책이었어. 난 한 줄 한 줄 읽어 나갔고 반 이상 읽었지. 꿈이 정말 놀라운 게 진짜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 동화만 읽는 거야. 꿈속에 카메라가 있어서 그 동화책만을 클로즈업하는데 한 줄 한 줄 너무나도 똑똑히 보이는 거지. 꿈에서 막 깬 직후엔 그 모든 글줄들이 사진처럼 떠다니면서 내가 그 자리에서 그 글을 풀면 그 동화 한 편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 하지만 난 출근을 해야 했고 그래서 꿈을 기록하지 못했고 출근길에 떠올리려 보니 그 내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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