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월 11일 화요일
1.
일찍 눈을 떴는데 결국 잠을 이기지 못했다. 다시 잠들고 나선 악몽을 꿨다. 괜히 잠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꿈에서 나는 마감 중이었다. 여고생처럼 느껴지는 팀원 두 명과 반려인과 함께 잡지 마감을 하고 있었다. 반려인이 배열표를 짰는데 200쪽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놀란 나는 만화 연재를 잘라 다음 회에 계속된다는 문구를 넣자고 말했다. 밤 열한 시 반에 그 작업을 시작했는데 끝내고 보니 새벽 두 시 반이 되었다. 팀원들은 지방에 살기 때문에 나와 반려인이 KTX역까지 데려다줘야 했는데 너무 늦어 버렸다. 이 모든 상황이 절망스러워 울고 싶었다.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음 날 아침 출발하자고 말했다.
얼른 팀원들을 역까지 데려다주려는데 차를 엉뚱한 곳에 주차했다며 경찰이 딱지를 떼려고 했다. 반려인의 이유를 듣자 경찰은 수긍하며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했다. 차에 막 타고 시동을 걸었는데 앞 범퍼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아주머니들 여럿이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껐다. 알고 봤더니 그 연기는 우리 차의 앞 범퍼를 비싼 돈을 들여 갈게 하려는 아주머니들의 교묘한 수법이었다. 반려인이 아주머니들에게 볼멘소릴 했다.
이런 상황들로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갔다. 나는 자꾸 팀원들의 KTX를 가장 빠른 시간으로 예매했고 취소할 새도 없이 시간은 흘러 그간 내가 팀원들의 차비로 쓴 돈만 이십만 원이 넘게 되었다. 팀원들은 자꾸만 불어나서 어젠 두 명이던 팀원이 이제는 수십 명이 되었다. 대합실 하나를 빌려 팀원들을 앉히고 상황 설명을 하니 한 팀원이 불만을 표출하며 튀어나왔다. 팀원은 열한 시 사십 분 KTX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부탁을 꼭 들어주고 싶지만 지금 시계를 보라고, 이미 열한 시 사십 분이 지났다고 말했다. 시계의 분침과 초침을 보고 팀원은 내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나는 짜증이 났다. 왜 회사의 돈이 아닌 내 돈을 써야 하는 것인지부터가 이해되지 않았다. 본부장에게 우리 팀원들은 이틀 동안 밤을 새웠으니 내일 출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또다시 다음 KTX를 예매하고 있었다.
2.
미용실이었다. 드라이기로 내 머리칼을 드라이하고 있는데 미용실 원장이 다가왔다.
"지금 드라이하는 거야?"
그렇다고 하자 내 드라이법이 엉망이라며 제대로 된 드라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최대한 당기듯이 말란 말이야. 알겠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드라이법을 배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꿈속에서의 마음과는 달리 막상 꿈에서 깨고 나니 과연 내가 제대로 된 드라이를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3.
회사에선 마감이었다. 멀미가 날 정도로 일했다. 이러지 말아야지, 내 몸을 혹사시키지 말아야지, 싶지만 일단 마감 스케줄이 너무나도 살인적이다. 너무 집중해서인지 오후 두 시쯤부터는 두통이 몰려왔다. 일단 일도 일이지만 회사 내 공기가 너무 안 좋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청정기도 소용이 없을 정도다.
4.
신년이 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만나자고 아우성이다. 빈틈없는 캘린더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모두들 만나려는 집념이 대단하다. 집요하게 스케줄을 잡는다. 지친다.
5.
저녁 전까진 아무것도 안 먹고 싶다가 저녁으로 간짜장을 먹은 뒤론 무서울 정도로 식욕이 돋았다. 맥주에 오징어에 허니버터칩을 차례로 깼는데도 배도 입도 허했다.
6.
오늘 산 것
레이브에서 민트 컬러의 집업을 구매했다.
7.
오늘 나를 즐겁게 한 것
회사 앞으로 나를 데리러 온 반려인.
내가 원하는 대로 가상의 세계를 꾸미는 재미가 있는 <꿈의 집>.
8.
읽은 책
《흰소설전》: 완독.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시리즈.
반려인이 읽어준 책
버지니아 울프의《why》
《도널드 뉴먼의 UX 디자인 특강》
9.
본 것
<그해 우리는> 12화
10.
아빠가 웬일로 전화를 걸어왔다. 오늘 춥지 않았냐고 물었다. 많이 추울 테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하는데 괜히 몽글몽글해졌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