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내 박자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식

- 2022년 1월 12일 수요일

by 김뭉치

1.

어제 천선란의 단편소설 <오-아이>를 읽었다.



이 부분을 읽고 석사 논문이 떠올랐다.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을 때 석사 경험을 해 본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던 게 상을 받았을 정도면 그 논문에 독창성이 있었던 거다, 였다.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도서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 등 내가 도출한 결과들이 주로 상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서 그랬을까.


<오-아이>를 읽으며 나는 논문에서 소설을 쓴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찌 보면 천선란이 그리고 있는 도서관의 모습은 내가 논문에서 도출한 결론의 양상과 비슷한 맥락이기 떄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잠이 들었는데 논문에 관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다시 한번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는데 이번엔 논문을 심사해준 교수님들이 계셨다. 나는 교수님들에게 왜 내 논문이 상을 받게 되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교수님들은 내 논문의 독창성에 후한 점수를 주셨다고 하셨다.


때로 꿈은 나의 생각을 반영한다.


2.

문학 스터디가 있는 날이었다. 오늘 이야기해볼 단편소설은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 엄마가 아들 잭에게 만들어주는 '종이 호랑이'에서 착안하여 나는 소설 속 엄마가 꼭 이 종이 호랑이 같다고 생각했다. 호랑이는 힘이 세고 무서우며 영묘한 동물이다. 그러나 종이 호랑이는 진짜 호랑이가 아니다. 종이 자체는 힘이 없다. 엄마 역시 소설 내내 힘없고 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종국엔 엄마가 그리 약한 사람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엄마가 만든 종이 호랑이처럼.


내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가 출간됐을 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에게 연락이 와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다. 친구는 물었다.


"'엄마' 이야기가 언니가 가장 잘 쓸 것 같은 소재였어?""'엄마' 이야기가 언니가 가장 잘 쓸 것 같은 소재였어?"


지금 기억이 희미해 정확하지는 않으나 친구의 친구가 가족을 소재로 자전적 소설을 썼다고 한 것 같다.


“결국은 그렇게 되더라. 그 친구, 가족 얘기는 절대 안 쓰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가족 얘기 써서 등단하더라. 자기 주위에서 자기가 쓸 수밖에 없는, 쓰고 싶은 얘기를 쓰게 되는 것 같아.”


알 수는 없지만 켄 리우 역시 <종이 동물원>의 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잭과 엄마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끊임없이 타자의 시선들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고 또한 타자인 듯 아닌 듯 타자로서 살아가야 했을 테다.


켄 리우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유색 인종 작가의 글은 오로지 자전적 고백일 때에만 가치 있는 것으로 대접받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를 거스르고 싶어서, 처음에는 제가 물려받은 중국 문화와 관련된 것은 무조건 피하려고 매우 조심했습니다. 전혀 중국적이지 않은 서양적 글쓰기를 지향했던 겁니다. 그 결과는 끔찍이도 답답했습니다. 그건 입의 절반이 테이프로 막힌 채 말하는 것, 몸의 절반이 마비된 채 춤추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는 외면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결국 그 자리에 남는다. 자국이 되어.


<종이 동물원>을 읽은 반려인과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려인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대로 관계를 맺는 엄마를 보며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한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할머니는 한국에서 살아온 방식대로 손자와 관계를 맺으려 하고 미국의 삶에 익숙한 손자는 그런 할머니와 갈등 관계에 놓인다.


3.

오늘 산 것

오버듀플레어에서 니트 원피스를 샀다. 카디건을 먼저 샀는데 솜사탕처럼 예뻤던 터라 정말 기대된다. 카디건을 살 때 원피스는 품절이었고 꽤 오랜 기간 동안 품절이었기에 재입고가 될 줄은 몰랐는데, 알림이 뜬 걸 보고 서둘러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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