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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19. 2022

영화 <브로커>의 감독이 궁금하다면

- 《키키 키린의 말》


1. 오늘 소개할 책은?     


지난 5월 28일 저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를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폐막식에서 영화 <브로커>의 송강호 배우가 한국 최초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6월 8일 <브로커>가 개봉하자마자 영화를 관람했는데요. 특히 송강호, 배두나 두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이 영화를 본 청취자들이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해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배우를 빛나게 하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세상을 떠난 배우 키키 키린을 그리며, 키키 키린 살아생전 배우와 나누었던 여섯 번의 대담을 엮은 인터뷰집 《키키 키린의 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대담을 나누었다는 키키 키린은 어떤 배우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윤여정’  배우 같은 분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한국에 윤여정이 있다면, 일본엔 키키 키린이 있었습니다. 키키 키린은 주로 평범한 어머니와 할머니 역들을 맡았는데요. 그런 평범한 배역에도 특유의 개성을 덧입혀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었던 배우입니다. 연예인으로서 오랜 시간 일본 대중문화를 견인해 온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 키키 키린은 자신을 가장 빛나게 연출했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앞에서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에 관한 소신과 철학을 풀어놓는데요. 사실 키키 키린은 영면하기 전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페르소나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키키와 고레에다는 2008년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어 2018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까지 총 여섯 편의 작품을 함께하며 ‘고레에다표 가족 영화’를 완성해나갔는데요. 이 인터뷰집을 통해 독자는 배우로서의 키키 키린에게 연기란 과연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3.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과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키키 키린의 말》에서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있다면?  

   

《키키 키린의 말》의 재미있는 포인트 중 하나는 키키 키린에 대해 서술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도인데요. 단순히 인터뷰하는 배우의 좋은 점만을 찬양하듯 늘어놓는 게 아닌, 감독 특유의 객관적이고 예리하며 섬세한 시선으로 인터뷰이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배우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춰온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두 사람의 필름 밖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건 아주  즐거운 경험인데요. 키키와 고레에다는 두터운 친교와 신뢰를 쌓으면서도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존중하던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격의 없이 장난을 주고받다가도 순식간에 깊은 연기 이야기로 나아가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책의 여는 말과 맺는 말, 여섯 편의 인터뷰마다 당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지게 대화를 썼고, 키키 키린이 어떤 배우였는지,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집 안에서 키키 키린은 명배우이자 꼬장꼬장하고 보통 아닌 성격의 소유자로, 또 어떤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직설가로, 오랜 시간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헤치고 살아남은 생존자로도 보입니다.

한편, 이 책에서 또 재미있었던 부분은 송강호 배우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는 점이에요. 《키키 키린의 말》은 2008년부터 키키가 세상을 떠난 2018년 사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키키 키린과 나눈 인터뷰를 모았는데,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모두 송강호 배우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합니다. 둘 다 명배우라며 송강호 배우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데요.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이전에도 송강호 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의사를 직접 피력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송강호 배우를 일본에 데리고 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배우가 일본어로 연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고사해 함께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전하는 에피소드도 있어 반가웠습니다.       



4. 이번에 <브로커>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송강호 배우야 우리나라에서 워낙 연기 잘하는 분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럼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한 작품으로 수상했다는 점이 인상 깊기도 하다. 아까 “배우를 빛나게 하는 감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책 속에도 그런 언급이 있나.     


네, 그렇습니다. 키키 키린이 말하기로는 영화를 촬영할 때, “고레에다라는 한 인간의 매력, 존재, 살아온 역사가 굉장히 풍성하다는 게 보”여서 좋았다고 합니다. 본인 자신조차 싫어하는 자신을 “꺼리지 않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런 각도에서 봐볼까’ 하는 느낌으로 매력적으로 이끌어내”준다는 표현도 나옵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아직 목숨에 여유가 있다면 좀 더 살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도 말합니다.

이런 감독이기에 “연기든 말이든 기록으로 남는 것이 무섭다”며 “뒤에 남겨야 할 연기론 같은 건 내게는 없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키키 키린이 이 인터뷰집을 통해 자신의 연기관까지 남기게 된 것 같아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유능한 인터뷰어이기도 하더라고요.  

    

5.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그렇다면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나.      


《키키 키린의 말》은 인터뷰집이다 보니 책의 대부분이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쉽게 술술 읽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독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부분은 하나도 없고 그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키키 키린의 옆에 슬쩍 끼어 앉아 그 둘의 대화를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싶기는 한데 너무 바빠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고요.

또 이 책을 읽다 보면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좋은 어른을 꿈꾸는 분들, 좋은 어른의 모습이 궁금한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존중과 애정을 담아 질문을 건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키키 키린의 답을 읽다 보면 저마다 가슴 안에 품고 있던 고민들의 실타래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은 기분도 느끼실 수 있을 텐데요. 아마도 책장을 덮고 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일뿐만 아니라 청취자 여러분들 각자의 ‘내일’도 그리실 수 있을 겁니다.


김미향 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2022년 6월 16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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