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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26. 2022

향과 망각, 그리고 감각과 초감각

- 《감각의 미래》


1. 오늘 소개할 책은?

오늘은 뇌과학서를 소개한다.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감각들을 우리는 ‘신체’를 통해 받아들이고 세계를 인식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모든 감각과 인식을 주관하는 것은 고작 1.4kg인 우리의 ‘뇌’라고 한다. 오늘 소개하는 《감각의 미래》는 우리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을 최신 인지과학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2. 이런 책을 쓰려면 저자도 뇌에 관한 한 전문가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저자 카라 플라토니는 젊은 과학기자에게 수여하는 에버트 클라크/세스 페인 어워드를 비롯한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카라는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동안 인간의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 뇌의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감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그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늘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감각의 미래》를 쓰기 위해 카라는 3년 동안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를 누볐고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트랜스휴머니스트, 미래학자, 윤리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가 《감각의 미래》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3. 그렇다면 취재 결과가 궁금하다.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은 실제인가?

흥미로운 질문이다. 촉감을 예로 들어보자. 보통 우리는 손끝이나 피부, 신체 부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촉각을 체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 책에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이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뇌로 전달되고 뇌는 그 전기신호를 가공해서 우리가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다시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인식’이라는 것이다. 감각에서 인식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평소 우리는 뇌라는 기관에 대해 거의 잊고 살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그마한 뇌가 촉각을 포함한 오감 전부를 관장하고 제어하고 있으며, 때문에 뇌를 통해 우리가 보는 세계는 때론 현실세계와 동일할 수도 있고, 어쩌면 전혀 다른 세계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세계는 ‘진짜’이자 ‘진짜처럼 보이는 것’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깜짝 놀랐다.     




4. 그렇다면 뇌는 어떠한 원리로 외부 감각을 받아들이고 다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인지?

일단 저자는 감각을 촉각, 청각, 시각, 후각, 미각 오감으로 나누고 흥미롭게도 이에 더해 시간, 감정, 고통이라는 3개의 초감각을 제시한다. 이러한 8개의 감각이 우리 뇌에 입력되면 뇌는 판독을 거쳐 맛, 냄새, 사물을 판별하고 소리와 감촉을 인식하는 편집 및 지각 활동을 거친다. 여기에 과학기술이 더해지면 우리 인간의 감각과 인식은 더욱 확장된다. 흔히 ‘풍미’라고 부르는데, ‘우마미’라는 여섯 번째 맛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우마미를 지각할 수 있게 되면 칼슘맛, 물맛, 지방맛 등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새로운 맛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발견된다면 맛의 인식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맛이라는 건 뇌의 지각에 의해 얻어지는 인식의 대상이며, 인식이라는 건 겉으로 표출되는 표현에 의해 구체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5. 미각에 관한 얘기를 들으니 후각에 관한 부분도 궁금해진다.

후각에 관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여기서 잠깐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한 구절을 들려드린 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보겠다.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중략)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일명 ‘프루스트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후각이 한 개인의 문화적 배경과 경험, 인생을 관통해온 기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의 후각은 각각의 개인이 성장한 문화적 배경에 큰 영향을 받으며, 이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특히 후각 역시 뇌의 인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프랑스의 한 병실에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들을 대상으로 향과 망각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을 잃는 것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기억력 관련 질환의 초기 임상징후라고 한다. 뇌는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향기요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는데 향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다.

오늘은 감각 중 오감에 관한 얘기를 좀 길게 했는데, 신체적 고통을 치유하는 진통제가 마음의 고통 역시 치유할 수 있을지, 동아시아인과 미국인, 러시아인에게 있어 행복의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이러한 감정의 다양성의 중심에 있는 뇌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초감각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다면《감각의 미래》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김미향 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2022년 6월 23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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