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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편집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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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09. 2022

바람이 싱그러운 초여름의 런던에서

- 《여행자의 식사》

1. 오늘 소개할 책은?

한동안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것 같아 해외여행을 떠난 분들이 많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에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없어 우울해하고 있을 청취자들, 분명 있을 거다. 이렇듯 팬데믹으로 인해 휴가철 여행길이 막혀 실의에 빠져 있을 분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할《여행자의 식사》를 소개한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는 볼거리도 흥미롭지만 음식이 입에 맞고 맛있으면 여행이 훨씬 즐거워지지 않나. 《여행자의 식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와 길거리 음식 등 여행의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저자가 유럽, 아시아, 일본 등 26개국을 여행하며 꼭 다시 가고 싶은 24개국의 또 먹고 싶은 음식들을 독특한 붓터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깔끔한 글솜씨로 소개하고 있어 눈이 다 즐겁다. 여행지에서 사 온 특산물과 기억에 남는 음식 이야기들은 덤이다.     


2. 맞다. 여행의 꽃은 역시 음식이지 않나. 이 책에서는 어떤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나.

유럽, 아시아, 일본으로 나누어 50여 개의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기내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재밋거리라 할 수 있다. 기내식이 그 여행의 순조로운 출발과 여행 전체의 무드를 좌우한달까. 이 책은 에어 프랑스, 달라비아, 싱가포르 에어라인, 핀에어 등 총 7개 항공사의 기내식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며 시작된다. 어떤 음식이 나왔고 플레이팅은 어땠는지, 맛은 어떠했는지 등을 일러스트를 통해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이후 유럽에서는 영국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노르망디의 굴 요리, 프랑스의 샴페인과 빈에서 마시는 차에 대해 말해준다. 아시아로 넘어가면 홍콩의 돌솥 덮밥, 발리의 정식, 베트남의 엄마손 정식이 어떤 맛인지 눈으로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하면 역시 도시락이 아닐까. 저자는 도쿄역의 도시락 파라다이스와 식당에서 먹는 ‘소스 돈가스 덮밥’의 맛을 달콤한 그림과 문장으로 들려준 뒤, 시즈오카의 오뎅집들은 어떤 분위기인지 탐방한다.    

  

3.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

가장 먼저, 글보다 그림이 더 많다는 점이다. 피곤하게 많은 텍스트를 읽어내지 않아도 된다.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된달까. 저자는 영국을 여행하며 펍에서 한 끼 식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공원에는 장미꽃이 가득 피어 있고, 바람이 싱그러운 초여름의 런던에서 껍질을 와삭와삭 부스러뜨려 가면서 치킨 파이를 먹었단다. 기분 좋게 취할 수 있는 하프 사이즈 맥주처럼 문장과 함께 수놓아진 그림이 이미 영국의 어느 펍에 가 있는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즐기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이다. 파리에서 저자는 뚜껑이 있는 냄비에 담겨 나오는 모로코의 전통 조림요리 타진을 먹었다고 한다. 파리에서 모로코 음식을 먹은 건 그만큼 파리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인종과 국적이 다양하다는 뜻일 터. 파리에서 모로코 음식인 타진을 먹고 저자는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이 책을 읽고, 다음에 파리나 모로코엘 간다면 깊고 부드러운 맛이라는 타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스기우라 사야카(지은이), 심혜경, 오오세 루미코(옮긴이), 페이퍼스토리, 2022-05-25,  원제 : Travel & Food



4. 팬데믹이라 지금 당장 즐길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렇다. 이 책에 네덜란드의 길거리 음식들이 소개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전주의 청년몰이랄지 대구의 서문시장이랄지 길거리 음식들이 즐비해 있는 곳들이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런 가게들을 찾아 먹기 힘들지 않나. 네덜란드의 경우 지금 이맘때가 이동식 푸드트럭이나 스낵바가 가장 인기 있는 계절이라고 한다. 어느 곳에 가든 엄청난 양의 다진 양파와 커다란 피클은 기본이고, 네덜란드 깃발이 달린 꼬치를 꽂아 내어 준다고 한다. 소고기 크림 크로켓이나 작은 팬케이크인 포페르티어스, 격자 모양의 얇고 둥근 와플 원단 사이에 시럽을 끼워 먹는 네덜란드 국민 간식 스트룹 와플을 지금 당장 먹으러 갈 수 없다는 게 아쉽다.      


5. 얘기를 듣고 보니 지금 당장 해외로 떠나진 못해도 휴가철에 이 책 한 권 끼고 읽으면 좋겠다.

맞다. 휴가 중에 읽기에 딱인 책이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 접해 보는 이국 거리의 냄새, 봄날 저녁의 햇빛, 긴장감과 흥분….  『여행자의 식사』는 이러한 여행의 기억을 소환하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행복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 준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모든 것을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하고 진정한 ‘휴가’ 아닐까. 여행에 대한 추억과 연결되거나 조금이라도 다음 여행의 힌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자가 이 책을 썼다고 하니 내년쯤엔 활발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놓지 않기로 하자. 맛있는 여행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미향 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2022년 7월 7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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