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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11. 2022

여름 방학, 삶의 윤곽을 그리는 시간

- 《올 썸머 롱 : 나의 완벽한 여름》

이번 주면 기다리고 고대하던 여름 방학이 시작됩니다. 방학이라는 기간은 학기 중에 지쳤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동시에 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자신의 꿈을 돌아보고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마침 방학 중에 이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비나’입니다. 비나는 방학을 “날마다 나다워지는” 시간으로 채워 나갑니다. 방학 이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한 건데요. 이 모든 일은 비나의 절친 ‘오스틴’이 한 달 동안 축구 캠프에 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언제나 거의 모든 걸 함께해 온 단짝이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자 비나는 홀로 쓸쓸한 방학을 보내야만 했지요. 매년 둘이 함께해 온 ‘여름 유잼 지수’를 기록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데 오스틴은 캠프에 떠나기 직전까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비나를 대합니다.


불안함과 서운함을 뒤로한 채, 비나는 곧 오스틴의 누나 ‘찰리’와 친해지게 되는데요. 그전엔 무섭기만 했던 찰리였지만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둘을 돈독하게 만들어 줍니다. 찰리와의 관계를 통해 비나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됩니다. 이 외에도 비나는 찰리의 지인들과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하고 막 태어난 조카를 보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심심함과 외로움 속에서 오랜 시간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니, 더욱 성숙해지게 된 거지요. 그 결과, 오스틴의 빈자리를 느끼며 관계에 불안함을 느꼈던 비나는 이제 오스틴에게 둘의 관계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 이릅니다. “너 나 아직도 좋아해? 우리 아직 친구지?”     


호프 라슨 지음 l 심혜경 옮김 l 출판사 시공주니어 l 가격 1만3000원


이 책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그래픽 노블’은 예술성이 짙은 만화 장르입니다. 1970년대 말, 미국의 만화가 윌 아이스너가 만화에 대한 편견을 피하고자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작가 호프 라슨 역시 2007년 미국 최고 권위 만화상인 아이스너 상을 받았지요. 이 책은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해 명암의 정도로만 면을 표현한 점이 특징입니다. 단순하기에 디테일이 더욱더 잘 들어오고, 만화라서 행간에 깃든 의미가 더 잘 파악됩니다.


살다 보면 비나처럼 때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때가 있지요. 나 또는 친구가 그런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 같다면, 비나처럼 오래도록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거나 비나의 친구들과 가족처럼 작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며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해보세요. 나에게는 내 삶의 방식이 있고 타인에게는 타인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마음과 관계의 파동이 훨씬 잔잔하고 평온해질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7월 1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7/10/20220710013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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