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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ug 07. 2022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1. 오늘 소개할 책은?

지난주엔 고래에 관한 책을 소개했다면 오늘은 ‘새’다. 새들이 얇고 불안정한 나뭇가지 위에서 자면서도 균형을 잡는 법, 대체 어떻게 소통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등이 궁금했다면 이 책 《새의 언어》를 읽어 보면 된다. 소위 ‘새 아빠’로 통하는 저자가 새의 행동 중에서 특히 흥미롭고 놀라운 부분에 대해 들려주며 새의 모습과 생활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새 아빠’라니(웃음). 저자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인 조류 관찰자이자 새 일러스트레이터인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다. 저자는 조류학자인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새에 푹 빠져 일곱 살 때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조류 도감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른이 된 저자는 새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수많은 책을 펴냈고, 자연 상태의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즐기는 행위의 즐거움을 미국 전역에 전파하며 ‘시블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20여 년의 세월 동안 저자는 한결같이 새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왔다. 조류 연구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미국조류관찰협회가 수여하는 로저 토리 피터슨 평생 공로상을, 뉴욕 린네 학회에서 아이젠만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96종의 새를 관찰한 결과를 들려주는데,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함께 곁들여져 있어 우리가 새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3. 96종이라니, 그 많은 사례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면?

새들이 브이(v)자 대형으로 날아가는 이유나 이빨이 없는 새가 음식을 소화하는 방법(먹이를 부수는 데는 부리도 쓰이지만, 먹이 분쇄의 대부분은 아주 강한 근육이 발달한 모래주머니에서 이루어진다. 새에게는 몸 앞쪽에 늘어나는 주머니 형태의 ‘모이주머니’가 있는데, 먹이는 그곳에 저장되었다가 전위를 지나 모래주머니로 이동한다. 모래주머니는 강한 근육을 이용하여 먹이를 압착하고 분쇄한다. 모래주머니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다. 예를 들어, 야생칠면조는 모래주머니 속에서 호두를 통째로 부술 수 있으며, 바다검둥오리사촌은 작은 조개를 분쇄할 수 있다!) 같은 건 그래도 몇 번 들어본 것 같은데, 우리가 ‘새 모이만큼’ 먹으려면 매일 커다란 피자를 스물일곱 개씩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를 노랑관상모솔새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 새는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겨울이 되면 하루 8kcal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새의 무게와 비교해 우리가 같은 비율로 음식을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체중이 45kg인 사람이 하루에 6만 7000kcal를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땅콩 12kg이나 피자 27조각에 해당하는 양이다.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지음 l 김율희 옮김 l 출판사 윌북 l 가격 1만9800원



4. 신기하다. 새들이 어떻게 환경 변화에 지혜롭게 적응해 왔는지도 나와 있는지?

그렇다. 이 책은 그간 새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해온 지혜를 풀어내는 진화 역사서이기도 하다. 왜가리와 백로는 빛의 굴절 없이 물속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물고기 등을 사냥해오며 유연한 수정체를 갖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수탉은 아주 큰 소리로 울어도 고막이 상하지 않는다. 턱을 벌리면 고막에 이르는 관인 외이도가 닫히며 소리가 차단돼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수탉은 귓 속의 세포를 재생해서 손상된 청각을 회복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새들에게 소리는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부화하지 않은 새끼 검은목논병아리와 알을 품고 있는 어른 새는 ‘돌봄 유인 신호’라는 음성을 통해 독특한 의사소통을 한다. 새끼가 부화하기 전 마지막 며칠 동안 알 속에서 희미하게 삐악삐악 소리가 들려오면, 검은목논병아리들은 부지런하게 알을 더 자주 뒤집고 둥지가 있는 둔덕을 보강한다. 또 둥지에 먹이를 가져다 두고 포란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5. 새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맞다. 독수리의 눈 속에는 인간보다 다섯 배 많은 빛 감지 세포가 있어서, 인간보다 훨씬 자세히 사물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군함새는 한 번에 몇 주씩 쉬지 않고 날아갈 수 있고, 큰부리바다오리는 수심 60m의 깜깜한 물속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잠수할 수 있다. 한편 새들에겐 우리와 비슷한 모습도 있다.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둥지를 떠나지 않고 양육을 돕는다는 믿음직스러운 1년생 까마귀의 모습이 그렇다. 또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새들도 우리처럼 만족감, 불안, 자부심 등의 감정을 통해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목표를 이뤄나간다고 한다. 오늘은 언제나 등에 새끼를 태우고 헤엄치는 검은부리아비, 짝을 지어 춤을 추는 ‘흥 부자’ 캐나다두루미들, 무더운 낮에 그늘을 찾아 쉬는 갈색풍금새 등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우리보다 더 멀리, 더 많이 보는 날개 달린 과학자들에게 한 수 배워보면 좋겠다.


김미향 에세이스트·출판평론가


2022년 8월 4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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