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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l 01. 2023

K-퍼블리싱 열풍,  세계는 어떤 책을 원하는가

- 크리스틴 알파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 대표 인터뷰

 2022년 9월 27일 오후 2시

라이즈호텔 회의실     

참석자(가나다 순)

김미향(인터뷰어) <기획회의> 편집장

크리스틴 알파로(인터뷰이)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 대표     

주최

한국문학번역원               




김미향 안녕하세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편집장 김미향입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서 한국에 오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재방문까지 합쳐 볼 때,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이 어떠하신지요?     


크리스틴 알파로 안녕하세요. 저는 틸티드 액시스에서 편집자이자 대표로 근무하고 있는 크리스틴 알파로라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겪은 일들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한국의 문화가 인상 깊은 것은 물론이고, 모두가 따뜻하게 맞이해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김미향 네. 좋은 인상을 받으셨다니 기쁩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저희한테 조금 익숙하게 느껴지는데요.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어떤 출판사인가요? 또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한국 작품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번역서, 그중에서도 주로 아시아 언어를 번역한 작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설립 이후 초반 단계부터 한국문학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자넷 홍이 번역한 한유주 작가의 작품을 출간한 적이 있고, 내년에는 이예원 번역가가 번역한 황정은 작가의 『디디의 우산』(창비)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출간하는 황정은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이 될 예정인데요. 사실 저는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의 번역서를 보고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을 안톤 허의 번역으로 출간한 바 있는데,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굉장히 중요한 책이죠.     


김미향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도 있었지만, 관계자와 조금 더 깊이 있는 면담을 하거나 직접 만나서 출간을 결정하고 싶으신 작가가 있어서 한국을 방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어떤 작가와 작품에 흥미가 있나요?     


크리스틴 알파로 지난 6월에 온라인으로 출판인 면담 행사에 참여한 뒤, 이번에는 직접 만나서 면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비대면과 대면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이미 문학동네와 박서련 작가를 만났고, 오늘 오후에는 정세랑 작가 그리고 그린북 에이전시와 면담을 할 예정입니다. 내일은 김혜순 시인을 만날 예정이고요. 번역가들이 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번역가인 안톤 허와 이예원 씨를 만나려고 합니다.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곳은 읻다 출판사입니다.     


영국 출판시장 속 K-문학

김미향 그린북 에이전시가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아작)를 소개했죠.(웃음) 반가운 작가들과 출판사 이름이 나왔네요. 우리 시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영국 출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에 영국 내 소설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는데요(류영호, 「해외 출판시장의 도서 유통 현황」 <기획회의> 544호 이슈 ‘출판시장의 도서 유통과 생태계, 이대로 괜찮은가’).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2022년 영국 출판시장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영국 독자들의 성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영국 독자들의 성향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제가 확실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소규모 출판사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보다는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했을 때, 독자들이 그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국문학은 굉장히 인간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나 사회 계층과 존재의 방식 등 다양한 사회적인 측면에 대해 새로운 사고방식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속 여성의 투쟁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출판인으로서 굉장히 흥미롭게 여겨집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독자와 저자 그리고 번역가들을 총망라하는 친밀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김미향 말씀해주신 요소들은 국내시장에서도 반향을 일으키는 부분들입니다. 앞서 한국문학에 나타나는 여성의 투쟁을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현재 영국에서 잘 팔리고 있는 책들은 어떤 종류의 책들인지, 또 문학시장에서는 어떤 주제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사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출판시장이나 문학시장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중요한 이슈나 실험적인 형식을 다룬 흥미진진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그것이 시장의 관심사와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김미향 ‘시장이 어떻든 우리는 우리 출판사만의 길을 간다’는 태도, 대단한데요. 굉장히 자신감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앞선 질문과 연관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출판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중에서도 특히 문학출판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이긴 한데, 책의 운송과 세관 등의 새로운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책을 파리나 독일로 보내는 등의 과정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게 되었죠. 이 비용의 상승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했습니다. 많은 소규모 출판사들이 ‘이렇게 되면 시장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어요.

한편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종이, 그리고 인쇄에 대한 비용도 새로운 걱정거리로 안고 있는데요. ‘어디에서 종이를 수급하고 그걸 어디서 인쇄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새롭게 고민 중입니다.

유통망 그리고 유통 방식의 변화에 따라서 해외 독자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방식도 새롭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유럽 같은 경우에는 영국 그리고 북미에 이은 세 번째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장인데, 독자가 점점 멀어지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번역가 네트워크의 힘

김미향 어려운 질문인데도 잘 말씀해주셔서, 영국 출판시장의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크노프의 토드 포트노위츠 편집장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나눴습니다(김미향, 「미국 출판시장에서의 K-문학을 엿보다」 <기획회의> 541호 이슈 ‘20대라는 프레임’). 그 때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번역 출판 비율, 특히 문학 번역 비율이 낮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출판사가 번역 서적을 많이 내지 않고, 그로 인해 독자들이 다양한 번역 서적을 읽을 기회를 잃는 악순환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습니다. 영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크리스틴 알파로 영국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출판사로서 계속 ‘번역 출판’에 큰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뿐만 아니라 번역가, 그리고 해외 작가와 도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소규모 출판사가 많은데요. 각각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을 굉장히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로 독립출판사에서 출판한 작품들이 많이 올라갔잖아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대규모 출판사에서도 번역 출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이 해외에서 번역되어 들어온 작품들을 읽어봤으면 하고요.

최근 발표된 <북셀러>의 통계에 따르면 번역서의 독자층이 더 증가했습니다. 아직 몇몇 언어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요. 크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다양한 언어권에서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김미향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한국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덕분에 한국문학의 위상이 더 높아졌어요.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한강 작가와 같이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설립했고, 번역서만 출간을 하고 있어서 번역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요.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서 번역가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또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도 직접 번역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가 어떤 책을 어떻게 출판하고 왜 출판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직면할 때마다, 모든 과정과 단계에서 번역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번역가의 권리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번역가의 수고와 번역에 들어가는 노동의 대가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런던 작가협회에서 ‘표지에 번역가의 이름을 명시하자’라는 캠페인을 한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번역가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와 함께 일하는 ‘번역가 네트워크’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번역가 네트워크 내에서 번역가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도움을 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온라인에서도 트위터 등을 통해 활동하고 있죠. 한국문학 번역가들의 컬렉티브인 스모킹 타이거즈와, 제레미 티앙을 비롯한 번역가들이 설립한 아시아의 컬렉티브 ‘더 심스’ 모두 번역가 네트워크의 일부입니다. 이런 네트워크의 특징 중 하나는, 출판사 섭외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며 도와주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김미향 번역가의 권리, 정말 중요하죠. 모든 출판 과정에 번역가와 함께한다는 걸 듣고 또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번역서를 출간할 때 어떤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지요?     


크리스틴 알파로 앞서 언급했듯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고, 또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그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의사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변화를 겪으면서 의사 결정 과정 또한 변화하고 있어요. 공모전을 진행해 커미션을 받고, 또 문학 피칭을 진행해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소규모 출판사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계속 달라질 것 같네요.     


김미향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게 어려운 일일 텐데, 대단합니다. 한국에서는 한류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을 ‘K-’과 같이 붙여서 얘기하고 있습니다. K-팝에는 BTS가 있고, K-무비에서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K-드라마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을 수상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콘텐츠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현상이 한국문학이 세계적으로 위상을 드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크리스틴 알파로 ‘어떤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라고 확답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제 워크숍에서도 나온 얘기인데,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그리고 해외 소개는 이제 정말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어요.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급부상한 한류를 뛰어넘는 길고 풍부한 역사가 있고 지금까지 소개된 동시대성을 뛰어넘는 풍부한 작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까 말씀드렸던 한국문학의 특징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그리고 <기생충> 둘 다 어떤 사회적인 계층과 계급을 굉장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잖아요. 이런 인간적인 요소와 우리가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들여다보는 시선이 언어를 뛰어넘는 창작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하나의 트렌드로 여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뒤에 방대한 역사와 작품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출판사가 알고 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K-문학의 변화와 성장

김미향 최근 미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의 문학이 반향을 일으켜서 이민진의 『파친코』(인플루엔셜)와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 같은 책들이 인기를 끌었고, 올해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정보라와 안톤 허의 『저주토끼』가 숏리스트에 올랐습니다. 또 『대도시의 사랑법』은 롱리스트에 올랐죠. 이런 현상을 보고 앞으로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한국문학은 분명히 지금보다 더 확장될 것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언급하신 『H마트에서 울다』와 『파친코』 같은 경우에는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 그런 면에서 2세대 또는 3세대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들 또는 아시아계 캐나다 사람들도 작품에 깊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관심으로부터 시장이 계속해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이에 대한 방증으로 다양한 나라에 한국의 식당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런던에서도 『H마트에서 울다』가 크게 성공했습니다.     


김미향 그렇다면 한국의 콘텐츠, 텍스트, 문학이 해외로 번역되어 나갔을 때 어떤 잠재력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가능성은 무엇인지, 또 한국문학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크리스틴 알파로 제가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다’고 답변을 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작품별로, 또 작가별로 특성이 너무 다르니까요. 당장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와 함께한 작가들만 해도, 서로 다른 장점과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보라 작가와 박상영 작가 같은 경우에는 다양한 독자층을 포용할 수 있는 독특한 자신만의 목소리와 주제 의식을 갖고 있죠. 이 작가들과 황정은 작가는 또 다른 결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하나의 장점만으로 한국문학을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미향 앞서 인터내셔널 부커상 이야기를 했는데, 기탄잘리 슈리와 데이지 록웰의 『모래의 무덤』도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서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틸티드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한 것 같다’ ‘힘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세계적인 상이 판매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크리스틴 알파로 영향이 엄청난 것 같습니다. 최근 <북셀러>에 매출이 877%가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는데요. 세계적인 문학상의 수상 소식이나 후보작에 오르는 것이 판매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김미향 877%가 증가했다니, 엄청난 영향이네요.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서 많은 작품을 부커상 후보 리스트에 올렸는데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좀 들려주세요.     


크리스틴 알파로 가십을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없었습니다.(웃음) 사실 올해 처음으로 롱리스트 후보에 올랐습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소규모 출판사이기 때문에 자격 요건이 되는 책은 다 출품을 하고 있는데, 다섯 권을 출품하고 그중에 세 권이 후보에 올랐어요. 그리고 운 좋게도 수상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출판사로서도 많은 것에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김미향 재미있는 답변 감사합니다.(웃음)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영어를 쓰기 때문에, 이미 출간된 도서를 다른 나라에서 다시 출간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도서가 영국에서 출간되었다고 하면 미국에서는 출간되지 않는 거죠.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는 영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미 영어로 출간된 책을 별도로 번역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출간한 『대도시의 사랑법』이 미국에서 별도로 출간된 것을 보고 여러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국 출판시장에서 수출과 저작권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크리스틴 알파로 저작권 시장에 관한 질문인 것 같은데요. 미국 같은 경우 가장 큰 출판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간되거나 소개되면, 작가 그리고 번역가한테 굉장히 좋은 소식이 되겠죠. 그래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도 한 작품의 영어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을 때, 미국에 작가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급하신 싱가포르 같은 경우 조금 얘기가 다른데요. 싱가포르 출판시장은 비독점 시장이에요. 예를 들어서 싱가포르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구매할 때,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서 출간된 것 또는 그루브 애틀란틱에서 출간된 것 중 양자택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 밖에도 말레이시아나 브루나이 등 지역 저작권과 관련해서 더 많은 말씀을 드릴 수 있긴 하지만,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출판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김미향 어려운 질문에 답변해주시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크리스틴이 합류하면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에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크리스틴 알파로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고전 작품을 많이 소개하는 것입니다.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는 지금 특정 언어권과 문화권의 동시대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앞으로 예전에 쓰인 고전 작품이나 역사적인 작품을 소개해서 동시대성 뒤에 거대한 문학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번역에 관한 에세이를 한데 모은 앤솔러지의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번역될 필요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번역이 필요하고 또 번역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가 앞장서서 움직일 예정이에요.

그리고 저는 담론의 무게를 언어 그 자체로 전환시키고 변화해서 가지고 가고 싶어요. 그래서 언어라는 것이 어떻게 계속해서 움직이는지, 그리고 언어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 등을 모든 출판 과정에 하나의 요소로 가져오고 싶습니다.     


김미향 크리스틴은 문학사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영국 출판사의 편집장이자 대표로서 한국의 작가나 에이전트 혹은 한국 에디터들한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듣고 싶습니다.     


크리스틴 알파로 무엇보다 ‘번역가의 역할’이라는 요소를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번역가들이, 그리고 그들의 역할이 이 전체적인 생태계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펠로우십을 진행할 때나 또 어떤 담론이나 대화가 이루어질 때 그 안에 꼭 번역가가 포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번역가라는 것이, 또 번역가의 역할이 더 전면에 세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미향 네. 혹시 제가 미처 질문하지 못한 것 중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셔도 돼요.    

 

크리스틴 알파로 너무 좋은 질문들을 해 주셔서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은 없습니다.(웃음)     


김미향 네.(웃음) 오늘 영국 출판시장과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 그리고 K-문학에 관해 귀한 답변들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2년 11월 20일(월) <기획회의>  이슈에 게재된 인터뷰  원고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09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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