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Jun 25. 2023

Just Listen

-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

1. 오늘 소개할 책은?

미국소설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에 관하여》이다. 모델인 주인공 애너벨은 겉보기에는 외모와 자신감, 대인관계 등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도넛 구멍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외적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도 내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소설 속 애너벨은 인생 최악의 순간을 겪고 있는 중이다.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애너벨은 이해받지 못한다. 친구 소피는 애너벨을 멀리하고 언니 휘트니는 거식증이다.  그러던 중 애너벨이 음악을 좋아하는 오언을 만나면서, 그의 도움으로 그간 숨겨왔던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이 소설은 여러 측면을 갖춘 캐릭터들과 진지한 주제로 ‘페이지 터너’(책장을 넘기기가 바쁠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라는 찬사를 받으며 미국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2. ‘진지한 주제’를 잘 다뤄서 찬사를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을 다루고 있는가?

첫째로, 친구 관계와 사회적 압력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애너벨은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가 없다. 새 친구 소피, 소꿉친구 클라크와의 갈등으로 인해 외로움, 소외감을 느낀다.

둘째로, 애너벨의 가족 문제도 이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애너벨의 언니가 섭식장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관심은 언니에게 쏠려 있다. 게다가 이 때문에 애너벨은 더욱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모델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 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등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애너벨의 고독감은 더욱 깊어져 간다.

셋째로, 이 소설은 성적 수치심에 대한 문제도 다룬다. 애너벨은 어떤 파티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데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애너벨이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해가 쌓이게 되고 친구들은 애너벨을 욕하며 멀어진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애너벨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 전반에 걸쳐 소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문제와 고민을 가둬두고 침묵하는 것이 아닌, 이를 직시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또한, 주위의 사랑과 도움이 한 사람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3. 그렇다면 ‘미치도록 시끄러운 정적’은 결국 ‘침묵’을 뜻하는가?

그렇다. 이 책의 원제는 ‘Just Listen’이다. 단순한 판단이나 사전 인식 없이 그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적’ 같지만 실은 내 안에서 미치도록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거다. 한국어 번역판은 이를 강조해 제목을 조금 풀어 뽑은 것 같다. 원제 ‘Just Listen’을 통해 저자는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애너벨의 친구 오언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찾는 데 있어 음악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통해 예술이 개인적인 치유와 성장을 돕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4. 등장인물 중 오언이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오언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화 다스리기’라는 심리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오언은 애너벨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애너벨은 오언을 통해 괴상한 음악들을 많이 알게 되는데, 그렇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음과 같은 중요한 질문들을 떠올리게 된다. ‘거짓말을 하는 것과 정직하게 말하지 않는 것은 과연 다른 일일까? 그동안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왔을까?’

애너벨은 너그럽고 생각이 깊은 오언에게 큰 위안을 받고 자신을 되돌아본다.

     

5. 중요한 질문들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청취자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요즘 사이비종교 때문에 연일 시끄럽지 않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선 사이비종교에 쉽게 현혹되지 않도록 멘털 케어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더라. 이 책의 원서는 2006년에 출간됐는데 오히려 요즘 같은 때에 읽기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실, 정말로 잘 생각해 보면 그게 거짓말보다 더 나빠. 내 말은, 최소한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소리야.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믿어주겠어? 안 그래?"
 - P190     


오언과의 관계를 통해 애너벨은 자신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장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제대로 책임지겠다고, 자신의 행동이 스스로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중하게 고민해 보겠다고 결심한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자기 자신을 믿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애너벨이 겪은 트라우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 소설을 직접 읽으며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3월 16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온라인서점 외에도 쿠팡, 위메프 등 각종 커머스 사이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출판사 투고 시 선정되는 꿀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