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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17. 2023

영화 감상과 콘텐츠 소비 사이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기 전에 질문 하나 할게요. 다음 중 몇 가지나 해당되나요?


1) 대화에 끼기 위해 인기 있는 콘텐츠를 본다

2) 대사 없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뛴다.

3)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 영상으로 해치운다.

4) 영화관에 가기 전 결말을 알아둔다.

5) 인터넷에 올라온 해석을 찾아보며 콘텐츠를 본다.

6) 처음 볼 땐 빨리 감기로, 재밌으면 보통 속도로 다시 본다.

7) 원작을 최대한 각색 없이 그대로 옮겨야 본다.

8) 빌런은 사절. 착한 캐릭터만 나오길 원한다.


이 중 6개 이상 해당된다면 ‘영화를 감상'하지 않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거예요. 많이 해당될수록 특히 이 책을 읽어야만 해요.


이 책은 빨리 감기, 건너뛰기, 요약본 보기를 통해 우리의 문화 소비 습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요. OTT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지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 l 황미숙 옮김 l 출판사 현대지성 l 가격 1만5500원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요코하마 국립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영화배급사에 입사했어요. 그 후 잡지 편집장, 출판 편집자를 거쳐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됐지요. 저자가 아오야마 가쿠인대학에서 2학년~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의 일이에요. 어느 날 학생들의 콘텐츠 시청 습관을 조사했더니 학생 중 87.6%가 ‘빨리 감기’ 시청 경험이 있다고 한 거예요. 놀란 저자는 콘텐츠 제작자, Z세대 마케터 등 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해 이 책을 펴내게 됐어요.


요즘 사람들은 공부하랴 일하랴 바쁘다 보니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몇 시간씩 앉아서 볼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봐야 할 작품은 너무 많지요. 저자의 말마따나 “역사상 가장 많은 영상 작품을, 가장 값싸게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되도록 짧은 시간 안에 재미있게 즐길거리를 찾는 거지요. 빨리 감아 보고, 건너뛰며 보고, 요약본을 찾아보는 이유가 이거예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더 이상 영화를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그 대신 ‘콘텐츠’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요. 저자는 이제는 “작품을 감상한다”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익숙해진 시대라고 말해요.


이런 시대의 콘텐츠 소비 습관으로는 첫째, ‘반복해서 보기’가 있어요. 새로운 콘텐츠의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생각하는 일이 귀찮고 피곤하기 때문이에요. 그럴 바에야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걸 즐기는 거지요.


둘째, ‘시간 낭비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한 후에 보는 이유지요. 효율의 시대에 콘텐츠 소비 역시 실패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요약 영상을 보거나 믿을 만한 지인의 추천을 신뢰해요. 티켓값도 워낙 비싸졌기 때문에 확실히 재미있다는 작품만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지요. 코로나19는 이를 더욱 당겼고요. 요즘 문화 트렌드와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4월 17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4/16/20230416021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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