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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May 05. 2023

한국에서 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

- feat. 근로자의 날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에요.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지요.

근로자의 날은 일의 가치와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런 날 직장 생활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소설집을 파헤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요?


이 책에는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여덟 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어요. 각 소설들은 동료들과의 관계, 사무실 내에서 펼쳐지는 정치, 그리고 개인적인 성장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지요.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게 되는 성취감, 소소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을 엿볼 수 있어요.


이 책은 기존 한국문학 작품들과 결이 살짝 다른데요. 이 책 이전에는 화자의 사회적 저항 같은 거대 서사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을 기점으로 개인의 미시사에 주목해 현실 그대로를 소설화하는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 작품들이 등장하게 됐어요. 이 책 속 소설들의 주인공은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영웅이 아니에요. 그저 시스템을 통과하는 대중 중 한 명일 뿐이지요.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우리들 중 한 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일, 직장 생활,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 같은 더 넓은 구조와 힘에 대해 조명하는 거예요.


이 책 속 소설들에 기본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세계는 ‘주는 만큼 돌려받는 곳.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에누리 없이 계산되는 곳. 합리적인 인간을 상정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삼아 작동하는’ 한국식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도, 이 책 속 세계에서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고, 우리는 다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우리가 서 있는 각자의 제 자리에서 오늘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지음 l 출판사 창비 l 가격 1만 4000원


책 속 ‘작가의 말’을 보면 “여기 실린 소설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표”했어요. 작가가 이 소설들을 쓸 때 판교에 있는 IT 회사에 다녔다고 해요. “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는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고요. 소설 속 화자들의 일에 대한 태도뿐만 아니라 낮에는 IT 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소설가로 소설을 쓴 작가의 일에 대한 태도도 눈여겨보면 좋을 거예요.  


표제작 <일의 슬픔과 기쁨>은 판교의 IT 회사에서 ‘사실상 막내’로 근무하고 있는 ‘나’가 중고거래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동료 ‘거북이알’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를 받게 된 기구한 사연을 듣는 이야기예요. 동료의 한숨 소리에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기도 하고, 그 동료의 슬픔을 이해하기에 동료를 지켜주고 응원하기도 하는 이른바 ‘일하는 나날들’이 작품 속에 펼쳐져요.


정이현 소설가는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와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이 소설집을 추천했어요. 근로자의 날에 일의 본질에 대해 되새기며 읽기 참 좋은 책이에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5월 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5/01/20230501000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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