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Aug 05. 2023

‘거울 셀카’,  누가 제일 먼저 찍었을까?


《비비안 마이어 : 거울의 표면에서》  파울리나 스푸체스 지음 l 박재연 옮김 l 출판사 바람북스 l 가격 27800원



예술과 삶, 자아 탐구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담겨 있는 그래픽 노블이에요.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진작가가 찍은 실제 사진들과 그 사진 너머의 뒷이야기를 상상해서 그리고 썼는데요.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전기(傳記,)이자 허구를 가미한 노블(novel, 소설)이며 비주얼적으로 훌륭한 아트(Art)입니다. 저자의 힘찬 펜이 비비안 마이어의 카메라와 만나 눈부신 형태로 재탄생되었거든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1926년생인 비비안 마이어는 40여 년간 보모, 간병인으로 일했어요. 유산으로 받은 집을 팔아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카메라를 산 비비안 마이어는 대략 15만 장의 사진을 남겼는데요. 살아 있는 동안에 그 많은 사진들 중 단 한 장도 발표된 적이 없었어요. 2009년 비비안 마이어 사망 이후에야 사진을 보관하던 창고에서 이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요. 미국에서는 창고비를 내는 사람이 없으면 해당 창고를 개방해 다른 사람에게 그 물품을 판매하거든요. 비비안 마이어의 수많은 사진들도 그렇게 발견된 거예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공개되자마자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어요. 관련 영화와 책들도 다수 등장했고 전시도 열렸지요.


비비안 마이어는 연출 없이, 뉴욕 거리를 지나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해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는데요. 실제 거리의 풍경을 찍는 사진가라는 뜻에서 ‘스트리트(street) 사진가’로 불려요. 어마어마한 양으로 뉴욕의 사람들과 거리를 담아냈기 때문에 20세기 뉴욕의 변천사를 보려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보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거울 셀카’를 처음으로 찍은 사람이 비비안 마이어이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는 자주 거울을 활용하여 셀피(selfie, 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를 찍었는데요. 이 책의 제목인 ‘비비안 마이어: 거울의 표면에서’와도 연관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외에도 ‘거울'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작품과 그녀의 삶을 의미해요. 무언가를 비추는 거울처럼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그녀의 주관과 감정, 세계에 대한 시선을 반영하여 그녀 자신과 주변을 비추고 있으니까요. 또한 우리가 예술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더 잘 알아가고 탐구하는 경험을 상징하기도 해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우리의 내면을 살펴보게 하고, 예술적인 시선을 통해 자기를 비추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거든요. 이렇게 이 책은 한 권의 미술관처럼 읽는 이에게 예술적인 경험을 제공해요. 마치 전시를 보는 것처럼요.


이 책을 읽으며 마이어가 찍은 실제 사진과 이 책에서 그림으로 구현된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비교해 보세요. 자신만의 관점으로 예술을 해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3년 7월 31일(월) <조선일보> '재밌다, 이 책!'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newsteacher.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7/31/2023073100151.html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알라딘 http://asq.kr/XE1p

인터파크 http://asq.kr/PH2QwV

예스24 http://asq.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초여름 정취처럼 싱그러운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