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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Jun 01. 2024

정상성의 사고방식을 거부한 SF 작품들

1. 오늘 소개할 책은?

SF 속 ‘위험한 질문’들을 살펴보고 그러한 문제 제기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들여다보는 토론집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입니다. 저자들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돌봄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그러나 현대사회는 여전히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이며 위계적인 사고로 가득 차 있죠. 그래서 각각 SF 작가, 생물학자, 사회활동가인 저자들은 이제껏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던 남성과 여성, 정상과 비정상, 신체와 정신, 우등과 열등, 인간과 기계 등 이분법과 정상성의 사고방식을 거부한 SF 작품들을 살펴봅니다. 사회활동가는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SF 작가는 질문과 관련된 전 세계 SF 걸작들을 소개하고, 생물학자는 과학적인 사실을 확인해 주는 식입니다.   




2. 제목이 특이한데요. SF가 고양이 종말에 반대한다고요?

이 책의 도입, 엔딩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폭풍우 치는 어느 날, 우주의 다른 별에서 온 고양이 ‘백설기’와 ‘양갱’이 지구로 와요. 그리고 지구에 사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그들의 별로 돌아갈 계획을 세웁니다. 이유는 지구에서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이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었죠. 인간 따위는 없는 세상이 더 살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백설기와 양갱은 ‘과학 책방 모모’에서 각각 저자들의 분신과도 같은 화자인 ‘신작가’와 ‘노학자’ 그리고 ‘한단결’이 SF(공상과학) 소설과 영화들이 던지는 질문들과, 이 질문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는 토론 내용을 듣고 마음을 바꿉니다.


3. 어떤 토론을 했길래 고양이들의 마음을 돌렸을까요?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누는 것이 과학적일까?’ ‘인공지능 로봇도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까?’ 등 SF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제 제기들에 관해 주인공들은 이야기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이 사는 세상에도 낡은 이분법과 정상성의 틀을 깨트리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이들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4. 흥미롭네요. 고양이들의 마음을 돌린 작품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책의 구성에 대해 더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책은 여러 SF 작품과 각각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관해 총 4부에 걸쳐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1부에서는 임신하는 소년이 등장하는 ‘블러드차일드’를 통해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역할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해요. 그리고 평생 감금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여성의 삶을 다룬 《시녀 이야기》를 살펴보고, 인공 자궁이 여성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을지 등을 토론하죠.

2부에서는 자폐인의 시선에서 일반 사람들의 세계를 낯설게 묘사한 ‘어둠의 속도’를 통해 장애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줘요. 지금껏 사회가 장애를 비정상적이고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오지 않았는지 말이에요. 더 나아가 장애가 무언가를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면, 과학 기술이 장애라는 개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도 다뤄져요. 만약 팔이 없거나,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의공학 기술 발달로 원래보다 더 뛰어난 팔을 가지게 된다면 더는 장애인이 아닌 걸지... 이런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실 수 있습니다.


5. 3부와 4부에서는 또 어떤 작품들을 살펴볼지 궁금해지네요?

3부에서는 반려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오가는 삶 등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세계를 다룬 SF 작품을 소개해요. 특히 가상현실에서 빚을 지면, 일반 현실에서도 그 빚을 갚아야 하는 등의 내용이 나오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을 단순히 그저 재미있는 오락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미래 사회에 좋을지 등을 생각해보게 해주죠.

4부에서는 지구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환경’을 다룬 작품들이 다뤄져요. 그리고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바이러스에 걸리면 오히려 유리해지는 감염병이 퍼진다면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지 등의 질문과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6. 내용을 듣고 보니 다소 어렵긴 하겠지만, 자녀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어요?

네, 맞습니다. 저자들은 독자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기존의 낡은 생각들을 깨트리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어른들께서 자녀들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주기도 하면서 함께 이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내용에 관해 깊게 토론해 본다면 더 좋을 겁니다.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2024년 5월 30일(목) KBS 라디오 <생방송 오늘 원주입니다> '책과 함께 떠나는 산책' 코너 진행 원고입니다

생방송오늘 원주입니다 | 디지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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