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영화 <명량>

by 김뭉치

영웅은 말이 없었다. 그는 병들었고, 지쳤고, 약했다. 장수들은 영웅을 믿지 못했다. 아니, 영웅을 믿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군력을 믿지 못했다. 어쩌면 나라를 믿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이라고는 고작 12척의 배가 전부였고, 임금은 육군에 합류하라고 한 게 전부니까. 그들에게 선택사항이라고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은 살기 아니면 죽기가 아니라 오직 죽기, 죽기, 죽기뿐이었으니까. 영운은 그걸 알았기에 “아직도 살고자 하는 이가 있다니 놀랍구나”라고 호통을 친 게 아닐까.



이제 작고 늙고 병든 영웅이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 가슴을 쳤다. 너무나도 작았던 영웅은 또 한 번의 승리를 거두며 다시 우뚝 선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영웅을 그렇게 작게 만든 게 다름 아닌 나라라는 걸 알고 있다. 영웅은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바쳤는데 나라는 영웅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이제 임진왜란의 영웅은 역사 속에, 그리고 광화문의 그 사내로 존재한다. 그러나 아직 이 땅의 작은 영웅들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이제 그들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독촉할 게 아니라 나라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차례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상식을 <명량>을 통해 다시 배웠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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