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귀영화

집으로 갈 수 없는 삶에 대한 분노

- 영화 <집으로 가는 길>

by 김뭉치

수갑에 손이 묶인 여자가 절박하게 도망을 친다. 달리다 흙웅덩이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내 일어나 다시 뛰어간다. 그렇게 숲길을 달리고 또 달리던 여자가 맞닥뜨린 것은 놀랄 만큼 싱그러운 바다였다. 하얀 백사장과 하늘과 맞닿은 에메랄드빛 바다. 잎을 활짝 벌리고 있는 야자수. 여자는 묘한 상실감과 해방감을 느낀다. 그녀는 마르튀니크라는 외딴 섬의 감옥과 간수들로부터 도망쳐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남편과 오기로 했던 카리브해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뒤에선 그녀를 잡기 위해 경찰들이 달려오고 있다.


방은진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분하고 답답해 숨막히는 현실과 아름다운 열대의 풍광이 대비를 이룬다. 이모개 촬영 감독은 역시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줬고, 감독의 연출력은 역시 담담하게 절제돼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너무나 찌질하지만 그 사람이 고수라 차마 미워할 수 없는 남편 김종배와 보는 이를 기어이 울리고야 마는 어린 딸 혜린 역의 강지우가 있다. 수감 초반, 두려움에 떨면서도 긍정을 잃지 않않지만 답 없는 외교통상부의 만행과 억울함조차 말라 버린 현실을 비관해 결국 자살기도까지 하는 송정연 역의 전도연까지 영화는 한 치의 불협화음 없이 조화로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특히 방은진 감독이 <씨네21> 인터뷰에서 “깊이 있고 명암이 도드라진 인물”을 연기했다고 극찬한 전도연의 얼굴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상처럼 뇌리에 남아 있다.


그러나 <한공주>의 불편함이 주는 사회적 반향은 이 영화에서 2%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런 공분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나 절제돼 있어 뜨거운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엔 살짝 미지근하다(방은진 감독의 영화는 적어도 실망은 시키지 않는다는 믿음은 그래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최근의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고통스러운 무기력함에 빠져 있던 중 관람했다는 ‘시기성’이 어우러져 개인적으로는 국가와 국민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분노할 수 있는 영화였다.


지금 이 순간,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분노인 것 같다. 이 분노의 발아가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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