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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Feb 02. 2019

사장님이 기다렸던 건 누구였을까

- 마감 중 만난 문장들

그는 흐뭇한 마음을 품고서 마음속 깊이 정숙하며 가난하고 (반드시 가난해야 했다) 아주 젊고 대단히 아름다우며 또 가문도 좋고 좋은 교육도 받았고 그러면서도 수없이 많은 불행을 겪어서 겁을 집어 먹은 나머지 그의 앞에 납작 엎드려 있을 수 있는 그런 아가씨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 아가씨는 평생토록 그를 자신의 구원자로 생각하고 그를 경배하며 오로지 그 한 사람에게만 복종하고 그를 위해서만 놀랄 수 있는 여인이어야 했다.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중에서


19세기 중산층 남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아내의 모습과 21세기 농장주가 원하는 이상적인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묘하게 일치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리라. ‘아가씨’를 ‘태국애’로 바꾸어보라. 그러면 한국사회가 쓸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구인 광고를 얻을 수 있다. 루쥔과 사장님이 기다렸던 건 누구였을까. 무엇이었을까.


『죄와 벌』(전 2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김연경 옮김, 민음사, 2012



2019년 2월 5일 발행되는 <기획회의> 481호부터 한승태 르포르타주 작가의 새 연재 '클로즈업'이 시작된다. 한승태 작가가 노동 현장에서의 경험과 책 이야기를 함께 버무려 독자에게 선물한다. 첫 회에서는 『죄와 벌』의 루쥔과 21세기 농장주의 이상형은 누구인지, 무엇인지 묻는다. 비단 이상적인 아내상, 이상적인 노동자상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꿈꾸는 이상형이 있을 것이다. 그 이상형이 혹 비틀리진 않았는지, 우리 모두 자신에게 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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