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바하>를 본 그 밤, 색다른 리뷰
어제 <사바하>를 봤다. 무섭진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선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깨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의식의 상태에서 본 영화가 무의식 상태에서의 꿈에 영향을 미친 듯 했다.
꿈속의 내겐 남동생과 여동생이 각각 한 명씩 있었다. 아늑한 아파트에서 나는 그들과 원을 만든 상태에서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에스닉하고 두터운 머릿수건을 한 할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를 베란다 끝까지 몰고 갔다. 이상하게도 베란다 창문들은 온통 열려 있었고 할머니는 우악스럽게도 힘이 셌다. 베란다 창틀을 기점으로 몸이 반쯤 뒤로 접힌 상태에서 나는 안간힘을 다해 고개를 들고 어린 동생들을 보았다. 그들은 나와 스무 살 이상 나이 차가 났다. 그들은 미취학 아동이었다. 내가 떠나면 누가 저들을 돌볼까.
할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이미 깊은 주름이 가득한 갈색의 할머니 얼굴에 힘이 가해져 주름의 굴곡이 더 세세해졌다. 나는 갑자기 잊고 있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나의 조부모는 아니었지만 나는 꺼져가는 기력을 가까스로 불러와 할...아버...지를 불렀다.
그러나 나는 끝내 떨어졌고 이승을 떠난 나의 영혼이 밧줄에 대롱대롱 묶여 떨어지지도, 다시 오르지도 못하는 가여운 육신을 굽어 보았다.
남편은 <사바하>의 광목이 경전을 외듯 내가 중얼중얼거리는 소리에 일찌감치 잠이 깼다고 했다. 나는 다시 한번 할아버지를 부르며 깨어났다. 목구멍에는 아직도 미처 나오지 못한 단어들이 막혀 있었다. 슬픔과 무서움이, 새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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