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리뷰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집은 단순히 부동산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재산의 가치를 넘어 집은 우리에게 소중한 '가정'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장밋빛 뺨처럼 사랑스러운 뮤지컬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보면서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 보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 영화를 주택담보대출에 허덕이다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소재로 한 <로스트 인 더스트>, <로스트 홈>, <빅 쇼트> 등의 계보를 이을 '집 영화'로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현재와 같은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1930년대 세계 경제불황을 배경으로, 집을 뺏으려는 은행장(콜린 퍼스)과 집을 지키려는 뱅크스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뱅크스 가족에게 집은 단순한 자산의 의미를 넘어 죽은 아내,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64년작 <메리 포핀스>의 속편답게 부모님이 살던 런던 체리트리가 17번지를 물려 받아 살고 있는 설정이니 마이클(벤 위쇼)로서는 아버지, 어머니, 제인(에밀리 모티머)과의 아름다운 기억도 깃든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집에서 마이클의 어린 자식들은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과 가난으로 일찍 철이 들어 버렸다.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는데, 이자가 밀린 것도 모자라 원금 상환일까지 도래한 것이다. 마이클은 좌절하고, 아내를 그리며 <대화>(A Conversation)를 독창한다. 이들에게 남은 희망은 오직 하나. 마이클의 아버지가 물려준 주식 증서인데, 영화의 전개를 위해 코앞에 있던 이 증서는 온갖 역경 끝에 겨우 찾아지게 된다(뭐,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니까).
바람을 따라 우산을 들고 뱅크스가에 돌아온 메리 포핀스(에밀리 블런트)는 차가운 다정함으로 아이들의 힘든 삶을 위로한다. 그녀가 아이들을 위로하고 성장시키는 방법은 동화 같은 모험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화면이 위화감 없이 녹아들고 디즈니스러운 패션(풀 먹인 앞치마, 큐트한 리본, 애니메이션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드레스, 우아한 1930년대 데일리룩들)과 메이크업이 보는 눈을 사로잡는다. 로열 덜튼 뮤직홀 시퀀스와 사촌 톱시(메릴 스트립)에게 발상의 전환을 권하는 시퀀스가 백미인데, <표지가 책의 전부는 아냐>와 <거꾸로 거북>의 사운드는 관객의 귀까지 만족시킨다.
힘을 잔뜩 준 <빛을 따라 여행 떠나>(Trip a Little Light Fantastic)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2002년, 뮤지컬 대작 <시카고>를 만든 롭 마셜 감독의 작품임을 알 수 있게 해 주었지만, 화려한 군무 때문에 힘들었을 배우들을 생각하니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제대로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 치밀한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은 아마 없을 거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이클이 여자 거지한테 주려던 돈을 가져가 은행에 저금한 아버지 덕분에 보유자산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대출금을 갚고도 남는다는 설정은,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오점이라고밖엔 볼 수 없다.
당연하게도 뱅크스 가족들은 집을 지켜낸다. 사리사욕과 부의 증식을 위해 남의 집을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고, 이제는 집 이상의 가치를 지닌 집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집을 지키려는 과정들 속엔 고난과 역경, 모험이 있어서 넘어지고 부딪히다 보면 상처가 생겼다 아물고 그 자리에 굳은살이 생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유년의 기억은 '집'과 많이 닿아 있다. 어쩌면 돌아온 메리 포핀스가 애나벨(픽시 데이비스), 조지(조엘 도슨), 존(나다니엘 살레)을 위해 지켜준 건 집 그 자체가 아니라 세 남매의 '유년'일지도 모른다. 또 다시 찾아온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영원한 보모 메리 포핀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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