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슬픔을 팔아 누군가의 기쁨이 될 순 없음을

by 김뭉치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친구와 만났다. 친구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저 멀리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도 반갑게 친구를 맞았다. 횡단보도를 건너온 친구가 대뜸 초대장을 건넸다. 친구의 아버지 생신이라는 그 초대장에는 내가 헤어진 남자친구와의 이별에 대해 자세히 말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었다. 아무리 아버님 생신이라도 나의 슬픔을 팔아 아버님의 기쁨이 되어 줄 순 없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그러나 친구는 왜 이런 것조차 못해주냐는 반응이었다. 겉으로 늘 웃고 있다 해서 내가 상처를 받지 않았다는 건 아니라고, 나에게도 힘든 나날들은 있다고 말했지만 친구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나는 친구를 남겨두고 쓸쓸히 돌아섰다. 그동안 1인칭 시점이던 꿈은 어느새 3인칭 시점으로 바뀌어 꿈속의 카메라는 혼자서 걸어가는 나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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