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과 일요일의 경계에서, 러브, 데스 + 로봇

by 김뭉치

넷플릭스에서 <러브, 데스 + 로봇>을 봤다. '목격자' '또 다른 역사' '세 대의 로봇' 순으로 봤다. 잔인하기도 하고 선정적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새벽 세 시쯤, 모로 누워 있는 나의 침대 편 어깨를 누군가 손으로 움켜쥐는 느낌이 들었다. 손은 엄청나게 컸다. 손가락은 가느다랗고 길었고 끈적끈적한 진초록색이었다. 아귀힘이 엄청나게 세서 빠져나가기 위해 어깨를 움직여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몇 번 어깨를 흔들다가 갑자기 너무나도 그악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손이 있다는 건 뒤에 어떤 존재가 있다는 거 아닌가.


갑자기 남편을 꼭 끌어안고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깨어났다. 남편한테 뒤에 누가 있다고 소리쳤다. 남편이 아무도 없다고 해서 눈을 끔뻑거리며 스탠드를 켰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현관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건 아닐까. 남편의 손을 끌고 현관문이 잘 잠겼나 거실로 나가서 확인했다. 대낮처럼 불을 환하게 켜고 서재고 화장실이고 거실이고 구석구석 살폈다.


초록색 생명체는 없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나는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경계에서, 나만의 '러브, 데스 + 로봇'을 찍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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